2024년의 마지막 날 전통시장에서 70대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상가와 행인들에게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시민들은 지난해 7월 벌어진 서울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서울 양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31일 오후 3시 53분경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74세 남성이 몰던 구형 에쿠스 승용차가 골목에 밀집된 가게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 시장상인이 병원 치료 도중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사고 전 이 차량은 인근 도로에서 버스를 앞질러 가던 중 가속해 시장으로 돌진했다고 한다. 가해 운전자는 경찰에 “앞 차량을 피해 가속하던 중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알코올이나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송년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왔던 시민들은 날벼락 같은 사고로 공포에 떨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가해 차량은 시장 후문부터 80m가량 질주하며 골목 점포들을 확 쓸어버리듯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시장 골목에는 사과, 야채, 상점에서 쓰던 플라스틱 바구니, 아이스박스 등이 여기저기 뒹굴며 아수라장이 됐다. 곳곳에는 부상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축산가게 상인은 “차가 마치 날아오듯 달려와 과일가게와 횟집 등을 치고 나서야 멈췄다”며 “사람이 많은 시간이라 부상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 직원은 “사고 당시 ‘쿵’ 하는 굉음이 들려서 나가 보니 가해 차량이 가게 4, 5곳을 쫙 밀고 멈춘 것 같았다”고 했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리는 가해 운전자를 목격했다는 상인은 “운전자가 내리더니 ‘나도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졌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가해 운전자 본인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어안이 벙벙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70대라는 사실에 고령 운전자 논란도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7월 1일 서울시청역 사거리에서는 69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졌다. 당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액셀(가속페달)을 여러 차례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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