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까지 조종간 놓지 않은듯”…조종사들이 본 ‘마지막 4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일 17시 30분


전현직 조종사-교수들이 본 참사 당시 순간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현장 인근에서 새떼가 비행하고 있다. 2024.12.30. 뉴시스
항공업계에선 여객기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을 ‘마(魔)의 11분’이라 부른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착륙 허가(오전 8시 54분)를 받고 동체 착륙(9시 2분) 하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은 뒤 폭발(9시 3분)하기까지 9분이 걸렸다.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8시 59분)한 뒤부터 동체 착륙 후 충돌, 폭발까지의 상황, 즉 ‘운명의 4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1일 동아일보가 취재한 전현직 기장, 항공 관련 교수 등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 발표와 공개된 영상 등을 토대로 조종사가 최선을 다해 여객기를 컨트롤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착륙 속도와 각도, 접지 등을 봤을 때 동체 착륙까지도 조종사가 대처를 잘한 것으로 평가했다. 전직 기장 출신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여객기가 선회각을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착륙을 시도했기 때문에 터치다운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랜딩기어(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동체 착륙 자체는 진입 각도 등의 측면에서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1만8000시간의 비행 경력을 가진 한 전직 기장은 “여객기가 활주로 중간지점에서 착륙한 것은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각도를 낮게 잡았다는 방증이다. 동체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직진했다는 점에서 기장이 끝까지 조종대를 잡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보잉 737-800)을 조종하는 현직 기장은 “엔진과 전기, 유압 등이 셧다운됐다면 할 수 있는 게 조종간을 잡고 버티는 것밖에 없다. 기장은 승객과 한 몸이다. 조종간 놓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관제탑과의 교신도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추정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사고 브리핑에서 “복행할 때 관제사의 지시 유도 과정에서 어느 순간에 소통이 원활치 않고 단절됐다”라고 밝혔다. 이는 ‘고어라운드(복행)’가 관제탑과의 마지막 교신이었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조종사가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방법이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랜딩기어는 엔진 고장에 따른 유압 계통 이상이 발생했더라도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다. 부조종석에서 왼쪽으로 7시 방향 쪽 바닥에 커버를 열고 T자형 레버를 당기면 내릴 수 있다. 1개 바퀴를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20초 정도라고 한다.

현직 기장은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리려면 부기장이 조종간을 놓고 일어나 작동시켜야 하는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내릴 조종사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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