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사람들] 〈1〉 김정광 올바름 대표
아들 위해 만든 쌀과자로 창업 시작
제품 포장지에 독도 사진 넣고 판매… 포장 때문에 일본 수출길 막히기도
작년 광복절 계기로 SNS서 입소문… 매출 꾸준히 늘어 해외 수출도 추진
“요거 먹어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밀가루, 보존제, 소금, 설탕을 넣지 않고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고소하고 담백해요.”
지난해 12월 17일 전남 장성군 동화면 유아용 쌀과자 제조업체 ‘올바름’. 김정광 올바름 대표(42)가 약 19m²(약 6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일명 ‘간달프 가발’을 쓰고 쇼핑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2024년 마지막 특가 할인 행사는 최다 동시 접속자가 800명을 넘겼다. 이날 방송으로 1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린 김 대표는 “코로나로 힘들 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시작한 라이브 방송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대본을 외워서 하느라 진땀을 흘렸는데 지금은 웬만한 쇼호스트 못지않게 (진행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독도 쌀과자’로 유명해졌다. 제품 포장지 뒷면에 독도를 표기한 한반도 지도와 독도 사진, ‘독도는 한국 땅(The land of KOREA)’이라는 문구를 지키기 위해 일본 수출까지 포기한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2024년 한 해는 ‘독도 쌀과자’로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독도 홍보대사로서, K푸드 개척자로서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 대표의 희망 찬 새해 포부다.
● 일본 수출 포기하고 독도 지킨 ‘애국 기업’
김 대표의 첫 과자 생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제품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유기농 쌀을 사서 직접 만들어 준 것이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소량이 아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쌀과자 전문업체를 광주에 창업했으나 경험 미숙으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후 심기일전 끝에 2018년 장성에 지금의 올바름을 설립했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 전국의 육아박람회엔 거의 다 참여할 정도로 바삐 뛰어다녔다.
김 대표가 모든 제품 포장지 뒷면에 독도 사진과 지도를 넣은 것은 2021년. 포장지 디자인을 새로 바꾸는데 직원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나 강아지, 공룡 그림을 넣자고 했지만 김 대표는 독도를 고집했다. 어린아이가 먹는 쌀과자인 만큼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였다.
그렇게 3년 넘게 써온 독도 포장이 문제가 된 건 2023년 12월. 첫 일본 수출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바이어가 독도를 뺀 새 포장지를 사용하자고 했다. 수출 물량이 연간 매출의 무려 15%(1억5000만 원)에 달하는 규모였지만 김 대표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김 대표는 “사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이득을 위해 국가의 자부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했다.
이런 사연은 지난해 광복절을 전후로 맘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졌고 ‘독도 쌀과자’라는 별칭과 함께 이른바 ‘돈쭐’(돈+혼쭐) 릴레이가 이어졌다. 평일 기준 하루 70∼80건 정도였던 주문이 수천 건 폭주하면서 회사 홈페이지에 ‘배송 지연’ 안내문을 게재할 정도였다. 인기는 추석 무렵까지 이어져 전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그는 이 일로 독도를 더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난해 독도사랑운동본부에 100만 원을 기부하고 독도 사랑 캠페인을 위해 대구를 방문해 과자 600봉지를 전달했다. 올해 전 직원이 독도를 방문하는 계획도 짜고 있다.
● ‘독도 쌀과자’로 세계 시장 공략
일본 수출길은 막혔지만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을 뚫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한 유통점 입점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수출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한국 상품 도매 전문점을 통해 성사됐다. 첫 수출 규모는 1000만 원 상당이다. 해당 업체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 다양한 한국산 상품을 미국 전역에 공급하고 있어 향후 수출 전망이 밝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 첫해 6000만 원 정도이던 매출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13억 원까지 올랐다. 베트남, 호주, 대만, 캐나다, 홍콩, 미국에 이어 올해는 중국과 몽골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올바름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김 대표는 과자 봉투에 새겨진 독도 지도와 문구에 변화를 줘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하게 독도 그림만 넣는 게 아니라 ‘1025’라는 숫자를 점자로 표시해 독도의 날(10월 25일)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는 “독도사랑운동본부가 독도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포장지로 동참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꿈은 ‘올바름’이란 이름에 걸맞은 건강하고 정직한 과자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품질로 인정받는 것이다.
“‘독도 쌀과자’라고 불러주실 때마다 뿌듯하고 감사하죠. 하지만 이걸로만 돈을 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많은 응원과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품질로 승부를 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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