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부산 지역 경찰들마다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선 경찰서 서장과 경정급 간부가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후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에 골프를 쳤다는 소식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경찰청에는 경정급 이상 간부의 비위도 잇따랐다. 한 경찰관은 “취한 사람을 조사하려고 하면 ‘너희나 똑바로 하라’는 핀잔이 날아든다. 요즘 경찰 제복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는 일선서 직원 8명이 계엄 선포 첫 주말인 지난해 12월 7일 경남의 골프장에서 팀을 나눠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입수해 서장 등 간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계획했던 일정을 근무 시간이 아닌 주말에 소화했을 뿐이다. 외부 인사도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장의 골프 라운딩 시기는 정국 혼란이 정점으로 치닫던 때다. 지난해 12월 7일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첫 표결 시도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당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는 “윤석열을 거부한다”는 피켓을 든 수십만 명이 몰렸다. 부산 서면에도 집회 측 추산 1만 명 넘는 시민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부산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지방청의 기동대 소속 대원들은 서울 탄핵 집회 관리를 위해 동원됐다. 지역 집회를 관리해야 하는 기동대의 빈자리는 일선 경찰서에서 차출된 경찰관으로 꾸려진 ‘비상설 부대’가 매웠다. 주말이어도 직원은 비상 근무를 서는데, 서장 등의 지휘관은 한가로이 골프를 쳤다는 점은 이유가 무엇이든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인다. 이 당시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은 내란에 동조했다며 국민에게 비판받고 있었다. 아무리 주말 개인 운동이었다 할지라도 골프를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마땅했던 것.
지난해 드러난 부산경찰청 경정급 간부의 비위는 셀 수 없을 지경이다. 한 지구대장은 여경에게 “다시 태어나면 네 남자 친구가 되고 싶다”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다가 대기 발령됐다. 만취해 50km 넘는 거리를 운전하던 중 사고를 내고 도주한 간부는 재판받고 있다.
김수환 부산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때 “법의 수호자인 경찰의 의무 위반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간부 비위가 잇따르는 것은 김 청장의 허술한 조직 관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청장은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많은 경찰관이 더는 참담함을 느끼지 않도록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해를 맞아 전 경찰관이 참여해 마음을 다잡는 ‘비위 척결 결의대회’ 개최라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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