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안공항 새떼 충돌 우려”… 참사 열흘전 경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03시 00분


“조류 퇴치 인력 부족-실적 감소”
사고 예방委에 제주항공측 불참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기 열흘 전에 열렸던 무안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 작년보다 새 떼 충돌 건수는 늘었는데 대응할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항공 측도 회의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제기된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조류 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사무실에서 열렸다. 한 참석자는 “조류가 종종 출몰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측 참석자는 “최대한 퇴치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만,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 등 원거리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조류 퇴치 처리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서 걱정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이 작년 9335마리에서 올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대응할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항은 취항사 등과 연 2차례 위원회를 여는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안공항 복행때 새떼 충돌 위험… 확성기 성능 낮아 퇴치 한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참사 열흘전 예방委 경고 쏟아져
조류 퇴치 전년보다 14% 감소… “폭음탄 소리 가을부터 많이 줄어”
제주항공, 7월-12월 회의도 불참… 전문가 “위험 알면서도 조치 안해”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있는 사고 여객기 뒤편으로 철새들이 떼지어 날고 있다. 무안=뉴시스
“복행 시 해변 쪽에서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한가.”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2024년도 하반기(7∼12월)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항 주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둘러싼 우려를 쏟아냈다. 이미 작년보다 관련 사례가 늘었고, 반면 대응 여건은 부족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조류 포획 등 처리 실적이 1년 전보다 1344마리나 줄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왔다. 참여 대상 위원이었던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불참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방콕발 7C2216편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사고 발단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오른쪽 엔진 고장이었다.

● 참사 열흘 전 ‘복행 과정서 새 떼 충돌’ 우려 나와

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 회의 참석자는 항공기가 무안공항 상공에서 ‘고어라운드(복행)’하며 새 떼와 마주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열흘 뒤 사고 당일 벌어진 상황을 예견한 듯한 문제 제기였다. 해당 참석자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류 퇴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까지 퇴치가 가능한지” 등을 물었다.

이에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SAS) 측 참석자는 대응 인력 및 장비 부족 문제를 설명했다. 조류 퇴치 활동에 투입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고, 공항 안팎 이동에 쓸 차량도 여의치 않다는 하소연이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통해 새 떼를 쫓는 확성기의 경우 소리 도달 거리가 짧아 충분치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 폭음경보기 설정 왜 바뀌었나

조류 처리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류 충돌 방지 추진사항’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한 참석자는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 설정 변경으로 인해 포획 및 분산 실적이 9335마리에서 7991마리로 작년(2023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서 1만8886마리(무안 저수지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둔 한 비행교육 회사 관계자는 “원래 새를 쫓는 폭음탄 소리가 ‘펑펑’ 자주 들려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 확연히 소리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측 위원은 이날 회의는 물론 지난해 7월 회의에도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측은 회의 개최 결과 문건만 공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부활한 정기 국제선 노선의 취항사인데, 버드 스트라이크 대책 회의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전문가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바로 선제적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위원회까지 열어놓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제주항공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안공항#새떼 충돌 우려#참사#경고#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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