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무인 안내기)가 식당·카페·은행 등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에서 애 먹은 노부부의 사연이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르신들한테도 꼭 키오스크 강요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동네에 맛집으로 유명한 칼국수 가게가 있다. 시부모님 모시고 자주 가는데, 원래는 키오스크가 아니고 직접 주문받았다”라며 “이번 주말에 시부모님 두 분이 다녀오신다길래 항상 먹는 메뉴를 알려주고 잘 다녀오시겠거니 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이날 저녁 시부모는 “이제 거기 못 가겠다. 무슨 핸드폰 같은 걸 눌러서 주문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알고 보니 해당 식당은 키오스크를 도입해 손님들이 이를 통해 주문하게끔 바뀌었다.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웠던 시부모가 직원을 불러 “주문을 받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직원은 “사람이 너무 많으니 키오스크로 주문해라. 보면 어떻게 하는지 아실 것”이라고 안내한 뒤 쌩 가버렸다고 한다.
당시 시부모가 버벅거리고 있자, 옆 테이블에서 도와주러 왔다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부모가 실수로 누른 해물찜 대자가 이미 주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시부모를 도와주던 분이 직원을 불러 “아직 음식 조리도 안 했을 텐데 메뉴 좀 취소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으나, 직원은 “테이블에 있는 문구 읽어봐라. 지금까지 아무도 취소해 준 적 없다”며 거절했다. 테이블에는 ‘들어간 주문은 취소할 수 없으니 신중히 주문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결국 시부모는 자신을 도와준 손님과 직원 간에 싸움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주문한 메뉴를 억지로 먹고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A 씨에게 “이제 거기 못 가겠다. 어디 무서워서 밥 먹으러 못 나가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A 씨는 “우리야 당연히 태어날 때부터, 클 때부터 계속 신문물을 배우니 뭐가 생겨도 금방 쉽게 쓴다. 근데 그게 어르신들한테도 당연한 거냐?”고 답답해했다.
이어 “한평생을 수기로 하다가 이제 겨우 몇 년, 그것도 배우는 게 빠르지 않을 때 생긴 것들을 당연히 숙지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하냐?”며 “좀 해주시면 덧나나. 어차피 자리로 온 거 주문 좀 받아주면 어떻고, 아직 조리 시작도 안 했는데 주문 변경 좀 해주면 어떻고, 꼭 이렇게 어르신들을 사회에서 민폐처럼 만들어야 하는지”라고 분노했다.
동시에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죄송해서 눈물이 난다”고 속상해했다.
누리꾼들은 “나이 들면 들수록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이걸 노력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도태된다고 훈수 둘 게 아니다”, “이 사례는 직원 응대가 개판인 거지 시대에 못 따라간 게 문제가 아니다”,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익숙해질 동안은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너희들은 안 늙냐”, “직원은 뭐 하러 쓰나. 서빙 로봇 쓰지”, “씁쓸하다.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힘은 예의, 친절 아니었나”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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