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복귀 중이던 군인이 30대 남성의 도움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가 사기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군인인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휴가 복귀 날이었던 전날 오후 7시쯤 부산에서 출발해 수원역에 내렸다. 이때 30대 남성이 A 씨를 붙잡더니 “군인한테 죄송한데 제가 휴대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에 못 가고 있다. 집이 제주도라 비행기 값만 빌려주시면 제가 집 가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고 송금하겠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A 씨는 고등학생 시절 교통비가 없었을 때 빌려준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수중에 있던 현금 30만원을 흔쾌히 빌려줬다. 동시에 자기 계좌번호와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A 씨는 “휴가 나왔다고 부모님께서 쥐여주셨던 돈과 교통비였다”라며 “남성분께 ‘집에 잘 들어가시고 연락 달라’고 말씀드린 뒤 수원역 제주항공 분향소 앞에서 갈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남성의 사기였다. A 씨는 “친구들에게 얘기하다가 이것이 사기 수법 중 하나인 것을 알게 됐다. CCTV가 있는 역에서 전투복을 입은 병사인 제게 이런 사기를 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게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고하려면 제가 외출이나 외박, 휴가를 나와서 고소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전 일병에 할당된 휴가를 모두 소진했고 외출, 외박이 불가능한 부대”라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사기인 게 보이는데 당시엔 왜 안 보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 꺼내기 전에 ATM기기 위치까지 꿰고 있더라. 그때 알았어야 했다”라면서도 “머리로는 글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걸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글 남겨본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당신은 잘못한 게 없다. 자책할 필요도 없다. 당신의 선한 마음을 이용한 놈이 아주 나쁜 놈이다. 불우이웃돕기 했다고 편하게 생각하라”, “씁쓸한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면 된다”, “저 수법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니”, “군인한테 밥 한 끼 사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먹튀 하다니 참”,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등 공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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