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일부터 차기 회장 선거에 들어간다. 차기 회장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의협을 정비하고 지난해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격화한 의정 갈등의 해법을 모색할 임무를 맡게 된다.
의협은 2일 오전 8시부터 사흘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차기 회장 보궐선거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신고 회원 14만여 명 가운데 지난해 12월 말 명부가 확정된 회원 5만1895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이 막말, 불통 등의 이유로 취임 6개월 만에 탄핵되면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후보에는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회장과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등 5명이 나섰다. 지난해 12월 총 여섯 차례 토론회 등에서 후보들은 대체로 투쟁 기조를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일 때가 많았다. 다만 개별 사안에 따라 온도 차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택우 후보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무책임하게 진행된 부분에 대해 정부 책임자의 문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수호 후보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부와) 대화할 수는 없다”며 강경 기조를 드러냈다. 이동욱 후보는 “지금이라도 2025학년도 정시 모집은 중단해야 한다.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6학년도 정원은 2025학년도 정원보다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강희경 후보는 “학생들의 복귀 상황을 보고 2026학년도 의대의 적정 인원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했고, 최안나 후보도 “탄핵 이후 의료 관련 논의가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든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대정부 투쟁만으로는 의정 갈등을 해결할 현실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역시 2025학년도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다. 게다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고 다음 달 정부의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 발표와 3월 전공의 수련 개시, 올 1학기 의대 개강 등도 앞두고 있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 교수는 “차기 회장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최대한 빨리 정부와 논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일 마감되는 의협 차기 회장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7, 8일 결선 양자 대결에서 승자가 가려진다. 당선이 확정되면 바로 취임해 의협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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