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cm 콘크리트 상판, 10m까지 날아가… “당시 충격 보여줘”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03시 00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2007년 개항 땐 둔덕 상판 없어
두께 30~90cm, 무게 120t 구조물… 안전시설 세우며 추가로 설치해
무안공항 7년 다닌 제주항공 기장… “콘크리트 구조물인지 처음 알아”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당시 여객기가 들이받은 120여 t 콘크리트 둔덕 상판 일부가 1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시속 300㎞가 넘는 속도로 활주로를 미끄러진 여객기의 잔해는 500m 떨어진 곳까지 흩어졌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조각 및 잔해가 날아간 거리를 감안하면 상판과 충돌한 당시의 충격이 대규모 참사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상판은 2007년 개항 당시에 없었으나 2023년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 10m 밖까지 날아간 콘크리트 상판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당일 오전 9시 3분경 여객기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남쪽 끝부분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유도등이 설치된 높이 2m 콘크리트 둔덕 상판 중앙 부분에 정면충돌했다. 상판의 양쪽 가장자리 두께는 약 90cm, 가운데 부분 두께는 약 30cm로 알려졌다.

충돌의 충격으로 상판은 여러 개로 부서졌다. 상당 부분은 철근에 지탱해 형체가 유지됐지만 여객기와 충돌한 중앙 부분 일부는 파손되며 최대 10m 거리까지 날아갔다. 비행기 잔해 역시 최대 5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상판을 받치고 있던 아랫부분 기둥(두께 20∼30cm, 길이 1m)은 충격으로 쓰러졌다.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발견된 상판의 잔해 규모와 발견 지점에 주목했다. 179명이 숨진 직접적인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사고 당시 충격파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 출신인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콘크리트 상판이 10m가량 날아가는 충격파는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이라면서 “최근 30년 동안 동체 착륙을 하더라도 활주로 끝에서 비행기가 그 정도로 파괴되고 폭발한 참사는 없었다”고 했다.

콘크리트 상판은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에는 없었다. 그때는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들만 존재했다. 이후 2023년 둔덕 개량 공사 과정에서 상판이 추가로 설치됐다. 기존 콘크리트 둔덕은 기둥 10여 개로만 하부 구조가 돼 있었는데, 추가적인 항행 안전시설물이 설치되며 콘크리트 구조에 상판이 보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로컬라이저만 있었던 곳에 유도등도 세우게 되면서 무게가 무거워지자 더 두꺼워진 붉은색 수직받침대, 철제 삼각형 바닥받침도 보강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를 신형 장비로 교체하면서 더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콘크리트 상판을 설치한 것 같은데, 상판까지 땅속에 매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제주항공 기장 “콘크리트 둔덕인 줄 몰랐다”

만신창이된 참사 여객기 바퀴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여객기의 바퀴 부분이 장비에 달린 줄에 매달려 끌어 올려지고 있다. 무안=뉴스1
만신창이된 참사 여객기 바퀴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여객기의 바퀴 부분이 장비에 달린 줄에 매달려 끌어 올려지고 있다. 무안=뉴스1
무안공항을 자주 이용해 본 현직 제주항공 기장 역시 콘크리트 둔덕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현직 제주항공 기장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7년 이상을 무안에서 비행했지만 로컬라이저 둔덕이 콘크리트로 돼 있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사고 여객기 기장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둔덕은 오버런(Over Run·활주로를 지나쳐 달림)할 때만 보이는 부분”이라면서 “사고 위치에 벽처럼 둔덕이 솟아 있어 놀랐다”고 했다.

둔덕 구조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등은 조종사가 참고하는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조종사는 수시로 게재되는 항공 고시보(NOTAM) 또는 28일 주기로 간행되는 항공정보간행물(AIP)에서 공항 제원, 운영 정보 등을 파악하는데, 여기에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제주항공 정비 실태에도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항공의 경우 정비사는 해외 현지 정비를 위해 왕복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 후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현장에 다시 투입되고 있다”며 “기장인 제가 봐도 정비사가 피곤에 절어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했다.

로컬라이저 안테나
비행기가 안전히 착륙하게 도와주는 안테나 시설. 전파를 쏴서 착륙 경로를 안내해준다. 보통 활주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수백 m 떨어져 설치된다. 해외 공항들은 안테나와 지지대를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든다.

#콘크리트 상판#둔덕#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컬라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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