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국회측, 재판 신속진행 의지
野 “위헌적 계엄만 다퉈도 탄핵 충분”… 헌재는 5차 변론기일까지 잇단 지정
尹측 답변서에 ‘트럼프 판결’ 언급… “재임중 행위, 사법심사 대상 아니다”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는 것을 두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헌재가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탄핵소추 사유에서 첫 번째로 지목된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를 쓰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 내란죄 탄핵 사유 제외 놓고 공방
이날 국회 측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자칫 헌법 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 다투고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란죄 등 형법 위반이 아닌,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등 헌법 위반 여부만 다퉈도 탄핵 사유가 인정되기 충분하다는 취지로, 심리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측에선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이수 전 헌재 재판관,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사유를 철회하는 것은 국회 의결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내란죄를 쓰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국회 측이 소추 사유를 필요에 따라 넣었다 뺐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갑근 변호사도 입장문을 통해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한 것은 탄핵소추 결의 자체가 무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에선 배보윤·배진한 변호사 외에 최거훈·서성건·도태우·김계리 변호사가 새로 합류해 참석했다.
● ‘속도전’ 의지 드러낸 헌재
헌재는 3일 2차 준비기일로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14일 1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날 헌재는 2차 변론기일(16일)과 3차(21일), 4차(23일), 5차 변론기일(2월 4일)도 잇달아 지정하며 탄핵심판 심리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첫 변론기일(14일) 이틀 후(16일)로 2차 변론기일을 잡은 것 역시 헌재가 ‘속도전’을 펼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헌재법상 피청구인(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변론기일에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다만 14일에 윤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면, 16일 2차 변론기일부터는 윤 대통령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14일 나오지 않을 것을 미리 가정하고, 2차 변론기일을 빠르게 잡았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7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14차례 공개변론이 열렸고 두 사람 모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또 윤 대통령 측이 강하게 반대해 왔던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 尹 측, 답변서에서 ‘트럼프 판결’ 인용
윤 대통령 측은 3일 40쪽 분량의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거치지 않은 점 △일사부재의 원칙이 위반된 점(탄핵안 재표결) △탄핵소추권 남용 등을 들어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지난해 7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이른바 ‘트럼프 판결’도 언급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는 형사상 소추를 면제받아야 하며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대통령 측도 이 판결을 인용하면서 비상계엄은 헌법 77조에 따라 선포한 것이고, 비상 상황에 대한 판단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결단한 고도의 통치 행위는 사법부의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답변서를 제출한 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20일 만, 헌재가 접수통지서 등 서류가 지난해 12월 20일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 지 14일 만이다. 헌재는 송달 후 7일 이내인 지난해 12월 27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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