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철수, 이겼다” “당장 尹 체포를” 분열의 상징된 한남동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4일 03시 00분


[尹 체포 불발]
새벽부터 집결한 尹지지자들… “尹과 함께 이 자리에 뼈 묻을 것”
체포 불발에 집결한 진보단체… “내란공범 쓸어버리자” 거리 행진
주말에도 대규모 찬반시위 예정

“공수처가 철수했다! 우리가 이겼다!”

“빨리 내란 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섰다가 실패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두 시위대의 표정은 엇갈렸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환호하며 “공수처가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이 자리에 뼈를 묻는다.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외쳤다. 반면 대통령 탄핵과 수사를 촉구한 반대편 시위대는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한남동이 대한민국의 분열을 상징하는 장소가 돼 버렸다”며 고개를 저었다.

● 새벽부터 집결한 尹 지지자들

“윤석열 사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 성조기, 빨간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 성조기, 빨간 응원봉을 들고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전날 밤부터 ‘공수처가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3일 이른 새벽부터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에 집결했다. 오전 7시경엔 ‘부정선거 검증하라’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 등의 피켓을 든 대통령 지지자 600여 명이 모였다. 오전 7시 21분경 공수처 차량이 관저 인근으로 진입하자 지지자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공수처는 꺼져라” 등 고성을 질렀다.

공수처가 관저에 들어간 뒤부턴 시위대 인원이 시시각각 늘어났다. 오전 9시 기준 1200명, 낮 12시엔 6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윤 대통령 체포를 걱정하던 시위대는 오후 1시 36분경 공수처가 철수한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이들은 “대통령을 핍박하는 세력이야말로 내란 수괴다” “이재명 사형” 등을 외쳤다. 오후 1시 50분경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시위대 측 무대에 올라 “이재명이 자기가 살려고 이런 짓 하는 거야. 이재명 어떻게 해야 해?”라고 말하자 시위대가 “처단” “사형”을 외쳤다.

영장 집행이 중단된 이후에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시위대가 계속 몰려들어 오후 4시에는 약 1만1000명으로 불어났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김승래 씨(69)는 “아침 식사 도중 영장 집행 소식을 듣고 대통령 관저로 달려왔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편지를 봤을 땐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송복현 씨(74)는 “대통령이 무너지면 우리나라가 무너진다. 죄 없는 대통령이 끌려가지 않아 너무 다행이다”라며 “대통령이 앞으로 부정선거를 밝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반대 진영은 “윤석열 퇴진” “경호처 비켜라” 행진

“윤석열 체포”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무산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던 반대 진영은 체포 실패 소식에 격분했다. 오후 3시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한강진역 일대에 속속 몰려들었다. 이들은 ‘내란 공범, 내란 선동범들 싹 쓸어버리자’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오후 3시 45분경부턴 약 3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노조원이 “윤석열을 당장 파면해야 한다” 등을 외치며 관저 근처를 포함해 이 일대 2.5km를 행진했다. 이들이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로 행진했고, 이미 일대에서 집회 중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마주쳤다. 양측은 서로에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오후 7시 20분 한강진역에서 한남2동 지하차도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경호처는 가족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경호처는 비겨라” 등을 외쳤다.

현장을 지켜본 한남동 주민들은 “나라도, 국민도, 한남동도 분열됐다”며 한숨지었다. 시위대와 경찰 인력 등이 몰리며 새벽부터 주변 통행 차량은 극심한 체증에 시달렸고 주민들은 소음으로 고통받았다. 이태원 주민 최모 씨(52)는 “계엄 이후 집 근처에 시위대, 경찰이 많아 불안하다”며 “그전처럼 마음 편하게 동네를 다니고 싶다”고 했다. 인근 식당 사장인 김모 씨는 “시위대가 담배 꽁초와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막무가내로 들어와 매장 화장실을 쓰려고 한다”며 “최근엔 손님을 제한하는 문구도 문 앞에 써 붙이고 커튼도 쳤다”고 밝혔다.

한편 주말인 4, 5일에도 한남동 관저 일대 등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열려 50만 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철수#한남동#분열#내란#대규모 찬반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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