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50억 전세사기 벌인 일당 항소심서 ‘감형’

빌라 수십 채 취득 후 보증금 나눠…담보로 대부업 대출 받기도
주범 징역 9년→6년…브로커 2명 각각 7년·5년서 4년6개월로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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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전세 사기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이영광 안희길 조정래)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남·63)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소 줄어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공범으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5년을 선고받은 대출 브로커 이 모 씨(여·66)와 부동산 중개 브로커 강 모 씨(남·39)에게도 감형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씨 역시 담보대출금 중 일부를 수익금으로 분배받는 등 담보대출 목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나머지와 공모가 인정되는데 이를 무죄로 본 원심은 부당하다며 항소한 검찰 주장은 입증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강 씨 역시 리베이트를 받는 대가로 나머지 일당들이 전세 사기 범행을 수행한다는 사정은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채 전세 사기에 쓰인 빌라 등 매물을 소개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무자본 갭투자 범행에는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경제력이 부족한 임차인들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범행 중 일부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수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택들을 담보로 제공해 돈을 대출받는 등 추가 수익을 도모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됐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주범 이 씨와 공범 이 씨가 실제 취득한 이득은 편취한 액수에 미치지 못한 점, 이미 판결이 확정된 관련 사기죄와 형평, 이 씨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은 이들의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주범 이 씨에게는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대출 브로커 이 씨와 부동산 중개 브로커 강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 5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부동산 중개 브로커 강 씨, 대출 브로커 이 씨와 함께 2017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서울 강서구 등 일대에서 피해자 33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합계 약 52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2023년 12월 기소됐다.

이들은 서울 강서구 빌라 매물을 물색한 후 임차인으로부터 매매대금과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라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및 ‘동시 진행’ 방식으로 수십 채의 빌라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일부를 범죄수익금으로 나눠 가졌다. 또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속이고 대부업자 등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후 대출금을 받아 나누기도 했다.

빌라에 근저당권이 설정되면서 후속 임차인을 구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