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를 ‘셀프 조사’라고 비판하며 별도의 중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문제의 콘크리트 둔덕 설치,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둘러싼 공항 입지 및 관리 논란에 국토부가 개입된 만큼 국토부의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 8일 차 대부분의 시신은 유족에게 인도돼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 유족들, 국토부 ‘셀프 조사’ 불신
4일 유족대표단 측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사의 책임자라는 의혹이 있는 국토부가 셀프 조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별도의 조사 기구를 설치하거나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조위에 국토부 관계자들이 포함된 것을 지적하며, 별도의 조사 기관을 만들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항 설계, 시공, 관리를 책임져 온 국토부가 이번 사고를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국토부가 구성하는 사조위에는 전직 국토부 관료, 현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조위는 장관이 지휘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된다”며 “여러 장치가 있으니 염려 마시라”고 해명했다.
사고 비행기와 사고 지점 수색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조위는 비행기 잔해와 주변 갈대밭, 활주로 등을 7일간 수색했다. 비교적 형태가 온전하게 남은 동체 꼬리 부분에 대한 3차 수색도 마쳤다. 여기서 발견된 추가 유류품은 유족에게 인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유자가 확인된 150여 명의 유류품 중 128명의 유류품 204점을 유족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공항에 주차돼 있던 희생자들의 차량 중 5대도 유족에게 인도됐다.
● 기체 인양 작업 중 시신 조각 추가 발견
시신 인도 절차도 막바지다. 이날 경찰과 국토부 등 관계 당국은 “전체 희생자 179명 중 176명의 시신이 유가족에게 인도됐다”라며 “나머지 3명도 6일까지는 인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시신편(片·조각)들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다”며 “기체를 인양하면서 발견된 시신편 역시 어제 유전자(DNA) 대조 작업 후 인계를 마쳤다”고 말했다.
5일에는 비행기 잔해를 들어올리는 인양 작업 도중 추가 시신 조각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1시 활주로 인근 사고 현장에는 119구급차 한 대가 들어갔다. 국토부는 “기체를 인양하면서 시신편이 발견됐다”며 “다행히 장례 전에 옮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시신을 인계받지 못한 사망자의 유족들은 한산해진 공항을 지키고 있었다. 공항 2층에 마련된 유족 텐트 구역에는 빈 텐트 수십 개가 보였다. 사고 이후 비치된 임시 의자 100여 개 중 10개 정도에만 아직 시신을 못 받은 유가족들이 쓸쓸히 앉아 있었다.
● 희생자-유족 조롱글 수사… 1명 검거
경찰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게시글 작성자를 수사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게시글 99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가족을 모욕하는 게시글을 올린 피의자 1명을 검거했다.
앞서 의사 및 의대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의대생을 비난, 조롱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해 악성 게시글이나 영상을 게시하는 건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2일 조종사노동조합연맹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참여 요청을 한 데 대해, 국토부는 “이해관계자인 조종사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면 독립적 조사가 어렵다”며 회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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