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받은 인도 부총장이 문제제기
대학순위 매기는 英 QS 조사 나서
KAIST “우리 잘못, 결정 기다릴것”
KAIST가 전 세계 대학의 경쟁력 지표로 쓰이고 있는 ‘QS 세계대학순위’ 평가와 관련해 해외 교수 수백 명에게 “QS 설문에 참여하면 100달러 상품권(token)을 제공하겠다”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는 KAIST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KAIST는 지난해 11월 20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설문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해외 대학 교수 300여 명에게 보냈다. KAIST는 해당 이메일에서 “QS 설문조사를 완료하면 100달러 상품권(token)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KAIST 측의 메일을 받은 인도 비를라공과대(BITS)의 람고팔 라오 부총장은 당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메일 캡처 파일을 올리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본보가 라오 부총장을 통해 이메일 원본을 받아 확인한 결과 수신자 목록에는 298명의 해외 교수가 포함돼 있었다.
QS는 매년 ‘QS 세계대학순위’를 발표한다. KAIST를 비롯한 국내 다수의 대학이 해당 순위를 대학 경쟁력 지표로 활용한다. 문제가 된 메일은 ‘QS 세계대학순위’ 평가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학계 평판도’와 관련돼 있다. 학계 평판도는 QS 측이 각 대학으로부터 학계 평판도 설문 참여에 동의한 학계 연락처를 최대 400개까지 받은 뒤 이를 토대로 매년 학계 평판도 설문을 진행한다. 해당 설문 결과를 학계 평판도 점수에 반영한다.
각 대학은 설문 참여 동의를 얻을 때 QS가 제공하는 이메일 양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KAIST는 올해 6월 발표 예정인 ‘2026 QS 세계대학순위’ 평가와 관련해 세계 학계 관계자들에게 설문 참여 동의를 얻는 메일 본문에 QS 측 동의 없이 100달러 상품권 제공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QS는 홈페이지에 “QS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되면 QS 순위에서 제외되는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KAIST 측은 라오 부총장의 SNS 글이 논란이 되자 지난해 11월 21일 정정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KAIST 관계자는 “생명화학공학과 일부 교수가 해외 학자들로부터 자문을 받기 위해 학과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교 및 학과에 알리지 않고 QS 설문 관련 문구를 이메일에 추가해 발송했다”며 “이번 일은 명백한 우리의 실수이자 잘못이다. QS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해명했다. QS는 KAIST와 지난해 12월 초 한 차례 비대면 면담을 가졌으며, 이번 주 대면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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