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해 무기수’ 김신혜, 24년만에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14시 48분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째 복역하던 김신혜 씨(47)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6일 김 씨의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에서 수면제 30여 알을 술에 타 아버지 A 씨(당시 52세)를 살해하고,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씨 고모부는 “조카가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수면제를 양주에 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고 말하며 먹였고, 아버지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해 죽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 씨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상해·생명보험 7개(9억 원대)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범행 동기가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이 시작되자 김 씨는 자백 진술을 번복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남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버지 명의로 가입한 보험 중 상당수는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 재판을 신청했다. 김 씨 측 법률대리인인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선처받으려면 거짓 양형 사유를 밝혀야 한다는 고모부의 설득에 성추행을 꾸며낸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을 근거로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심 재판부는 경찰이 김 씨로부터 받은 자백 진술과 주변인 진술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건 초기 피고인의 범행 인정 진술은 경찰의 강압적 수사, 동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면제 30여 알을 양주에 모두 녹여 먹이는 방식의 범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는 알약이나 가루 형태의 약물 복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 씨 남동생은 선고 직후 “진실을 찾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 이 판결로 누나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재판은 김 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검찰이 무죄에 불복해 항소하면 2심, 상고심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씨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곧 석방될 예정이다.

#김신혜#재심#김신혜 재심#친부살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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