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7일 03시 00분


[새해를 여는 사람들] 〈4〉 광주 용봉청소년문화의집
2019년 개관한 청소년 수련 시설
댄스-봉사 등 18개 동아리 운영… 한 해 4만5000명 이용하며 인기
아낌없는 자치활동 지원 성과로 2회 연속 최우수 기관 선정 영예

광주 용봉청소년문화의집 자유놀이터에서 정은주 관장(아래 가운데)이 청소년 지도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관장은 “학교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마음껏 펼쳐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 용봉청소년문화의집 자유놀이터에서 정은주 관장(아래 가운데)이 청소년 지도사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관장은 “학교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마음껏 펼쳐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교육은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학교가 다 채워주지 못한 것을 마음껏 펼쳐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광주 북구 용봉동 용봉청소년문화의집 정은주 관장(55)은 초중고교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1월이 1년 중 가장 바쁘다. 지난해 사업 성과 등을 담은 운영결과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올해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계획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호수공원 옆에 자리한 용봉청소년문화의집은 사단법인 광주기독교청소년협회(광주CYA)가 광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 시설이다.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미래’라는 목표 아래 2019년 4월 개관했다. 청소년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자 지혜와 즐거움을 나누며 스스로 꿈을 디자인하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자유놀이터(도란도란), 노래방(라라제나), 요리실, 커뮤니티홀, 동아리방, 댄스실, 다목적강당 등을 갖췄다.

● 한 해 청소년 4만5000명 이용

용봉청소년문화의집은 문을 연 지 6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광주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운영을 잘하는 곳으로 꽤 알려져 있다. 한 해에 이용하는 청소년이 4만5000명이 넘을 정도로 연일 북적인다.

용봉청소년문화의집 자치활동의 꽃은 청소년 동아리다. 현재 댄스, 밴드, 바리스타, 제과제빵, 캘리그래피 등 18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지난해 이들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청소년 봉사 동아리 ‘We, Fly’는 청소년 자기주도형 봉사활동 우수사례 활동 부문에서 최고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어려운 금융, 경제를 쉽게 풀어 쓴 책자를 만들어 청소년과 지역민에게 배포하고 강좌도 열어 호응을 얻었다.

개인 부문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준학 군(경신중 3학년)은 댄스 재능기부,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문화의집 도슨트 활동 등 1년 동안 98회, 383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한 일명 ‘봉사 킹왕짱’이다.

다문화가정 어린이인 이진혁 군(용봉초 6학년)도 처음으로 큰 상을 받았다. 용봉청소년문화의집 대표 프로그램인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 군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한 ‘청소년포상제 우수활동사례 공모전’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 군은 공모전 신청서에 “선생님 권유로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 말썽꾸러기인 제가 열심히 해서 상장과 메달을 받았어요. 선생님이 ‘우리 진혁이 최고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너무 좋았어요.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내 자신이 너무 대단했어요”라고 썼다.

정 관장은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진혁이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진혁이처럼 많은 청소년이 스스로 싹을 틔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청소년지도사 12명이 학생들 돌봐

용봉청소년문화의집에는 정 관장을 포함해 청소년지도사가 12명 있다. 연중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42개나 된다.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한 해 4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원자가 많아야 하고 프로그램 내용도 알차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관장은 “청소년지도사들이 다들 능력이 탁월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며 “이들의 열정으로 본다면 100개 정도의 프로그램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면서 웃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뜻깊고 소중한 경험을 통해 더불어 사는 연대감을 배운다. ‘We, fly’는 보호종료 청소년을 위해 생리대와 파우치를 제작한 뒤 플리마켓에서 판매해 수익금을 아동 양육시설인 광주 신애원에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컷툰을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해 의도치 않았던 삶을 살아가는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용봉청소년문화의집은 이런 노력 덕분에 전국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2회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여가부가 2년마다 전국 청소년수련시설 571곳을 대상으로 종합평가를 하는데 2021년과 2023년 우수기관 20곳에 뽑혔다.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도록 지원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정 관장은 교육은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초등학교 4∼6년이 대상인 방과후 아카데미를 중학생까지 넓힐 예정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길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걸림돌이 있다면 치워주고 그 길을 넓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청소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후원사업가로, 기획자로, 청소년지도사로 20년 넘게 살아온 정 관장의 작은 바람이다.

#광주#용봉청소년문화의집#청소년문화#청소년동아리#방과후아카데미#청소년수련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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