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이 든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30대 여성이 재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살인, 컴퓨터 등 이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 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 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도록 해 B 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6월 B 씨 명의의 계좌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있다.
당시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던 B 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그러나 귀가 후인 27일 오전 1시 30분~2시 A 씨는 B 씨에게 한 차례 더 찬물과 흰죽을 건넸고 이를 받아 마신 남편은 오전 3시경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이용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인정해 징역 30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2심에는 찬물을 이용한 범죄만 유죄로 봤지만, 형량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여러 간접증거가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4차례의 변론 절차를 거친 뒤 이날 대법원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에 제3자가 개입한 정황이 없는 점 △피고인이 최초 경찰 수사 단계부터 살인 범행을 부인한 점 △피해자 사망과 피해자의 행적, 신고, 경위 등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된 점 등으로 미루어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다.
또한 △음용 시 통증이 느껴지는 다량의 니코틴 원액을 의식 있는 피해자에게 먹게 하는 살해 방법이 가능한지 △발각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와 같은 살해 방법을 선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피해자의 다른 행위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등에서 검찰의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피고인이 어떤 경로로든 니코틴을 구매하거나 확보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 ‘전자담배’, ‘자살’, ‘부모 의절’ 등을 검색한 내용이 확인되는 점 △피해자가 숨지기 전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말과 실제 극단 선택을 시도했던 점 등도 감안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