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9일만에 공식 브리핑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첫 밝혀
“콘크리트 둔덕 안전성 미흡했지만… 안전구역 밖이라 규정 위반 아냐”
장관-사고조사위원장 사의 표명
국토교통부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이 안전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참사 발생 9일 만에 국토부가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문제점을 시인한 것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 “안전은 미흡, 법 위반은 아냐”
7일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했다는 점이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속히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이 현재 안전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2007년 개항 당시 1.5m가량 흙을 쌓고 콘크리트 기초(기둥) 19개를 박은 둔덕 위에 설치됐다. 2020년 5월∼2024년 2월 개량 공사를 거치면서 콘크리트 기초 위에 두께 0.3m 콘크리트 상판이 설치됐다. 이는 착륙대 인근 시설을 부러지기 쉽고 가능한 한 낮게 설계하라고 명시한 ‘공항 안전 운영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주 실장은 “해당 규정은 2010년부터 적용돼 건설 당시엔 적용되지 않았다”면서도 “2010년 이후 공항 운영 관리 과정에서 기준에 부합되도록 시설물을 개선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국토부는 안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콘크리트 둔덕은 ‘부러지기 쉬움(프랜지빌리티·Frangibility) 원칙’이 적용되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바깥에 있어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 장관·사고조사위원장 사의 표명
이날 브리핑에서 박 장관은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는 대로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이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다. 사태 수습, 정치적 상황 등을 봐서 시기를 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만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위원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 사조위 상임위원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사고 조사 업무에서 배제했다. 장 위원장은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장 출신으로, 재직 기간이 콘크리트 둔덕 개량 공사 설계 시기와 겹쳤다. 참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국토부 출신 인사들이 사조위에 포함된 건 ‘셀프 조사’라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콘크리트 둔덕 등 항공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구조물에 대해선 철거하거나 재시공을 검토하기로 했다. 관제사 인력난, 지방 공항의 재정난 등 문제도 살펴볼 방침이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는 참사의 1차 원인으로 거론되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공개됐다. 이승열 사조위 사고조사단장은 “영상을 토대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흙에 파묻힌 엔진을 파내는 과정에서 깃털을 발견했고,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국내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또 “한쪽 엔진은 (조류 충돌로) 확실하게 보이는데, 양쪽 엔진에서 같이 일어났는지, 다른 엔진에서 덜 심하게 일어났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가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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