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는 예비소집을 진행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입학할 초등학교를 둘러보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과 고민도 많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다른 첫 학교생활에 자녀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초등학교 입학,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최근(지난해 11월) 12년간의 초등학교 교사 경력을 살려 신간 ‘국민 담임 서진쌤의 초등 입학 준비’(서사원)를 펴낸 정서진 씨에게 자녀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을 위한 현실적 조언을 들어봤다.
―아이가 아직 화장실을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데….
“유치원, 어린이집과 달리 학교에서는 교사가 화장실에 함께 가거나 뒤처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소변을 참다가 병원 진료를 받은 학생이 있을 정도로 많은 1학년 아이들이 화장실 사용을 어려워한다. 소변, 대변 후 처리하는 방법을 엄마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한다. 보통 학교에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적당량의 휴지를 떼어 앞에서 뒤로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처음엔 속옷에 묻거나 깔끔하지 않지만 연습하다 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아이가 편식이 심하고 밥 먹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급식은 잘 할 수 있을까.
“학교 급식 시간은 보통 50분에서 1시간이다. 손 씻고 줄 서는 시간을 빼면 약 40분 안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 가정에서 30분 정도 안에 식사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보통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먹기 싫은 음식을 뒤적이다 시간을 보내는데 이를 잡아주면 좋다. 학교에서는 쇠젓가락으로 급식을 먹으니 아동용 쇠젓가락을 사서 밥을 먹어 보거나, 과자나 콩을 집어 옮기는 연습도 하면 좋다.
편식이 심한 1학년 아이들은 급식을 강제로 먹게 하면 체하거나 구토해 담임선생님들이 강제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거나 못 먹는 음식이 있다면 학기 초 식생활 조사서에 최대한 꼼꼼하게 적어라.”
―1학년도 휴대폰이 필요한가.
“부모의 가치관과 가정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맞벌이 부부 등의 이유로 하교 후 아이 혼자 움직여야 해 연락 문제 등 ‘안전상의 이유’라면 추천한다. 단 스마트폰은 부모님과의 연락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주말이나 평일 오후 약속된 시간만 사용하는 등 스스로 절제하기를 가르쳐라. 최근 휴대폰이 없으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길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데 학교에서는 꺼내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교우관계’ 목적으로는 필요 없다.”
―용돈은 어떻게 주면 좋을지.
“학교와 집만 오가는 경우 학교 내에서는 돈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간식을 위한 용돈이더라도 하루에 1000~2000원 정도의 용돈이면 간식 한 번을 사먹기에 충분하다. 경제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라 너무 큰 돈을 주거나 아이에게 아예 돈 관리를 맡기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워킹맘, 초등학교 입학 때 꼭 휴직해야 할까.
“보육기관에서 교육기관으로 전환되는 첫 해인만큼 여유가 된다면 한 학기쯤 휴직을 하면 좋겠다. 힘들다면 3월 한 달만 배우자와 휴가를 나눠 쓰는것도 추천한다. 등하굣길에 부모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초등학교 생활, 하교 후 일정 동선 등을 익히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꼭 휴직을 하지 않아도 책가방 싸는 법, 물건 챙기기, 내일 학교 준비하기 등과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저녁시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학부모 상담에선 어떤 이야기를 하나. 공개수업은 꼭 가야할까.
“3월 말~ 4월 초 이뤄지는 첫 학부모 상담은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행동 특성 파악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다. ‘특이사항 없었다’ 같은 두루뭉술한 대답보다 아이의 수업태도(집중력, 이해력, 의지력)와 교우관계(갈등상황 시 대처법), 생활습관 특이사항 등 크게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장단점을 이야기해주면 집안에서와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하는데 지적 받은 부분은 아이와 1년간 천천히 잡아 나가면 된다.
공개수업은 학부모님들이 교실에서 수업 받는 자녀를 직접 관찰하는 수업이다. 수업 중에 말을 걸거나 발표를 부추기면 안 되고 수업 중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금지된다. 1학년 공개수업은 대부분 학부모가 참석한다. 사정이 있을 경우 조부모라도 참석하길 권한다.”
―입학 전 한글을 떼야 하나?
“초등 1학년 국어 학습에서 말놀이 등을 통해 한글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활동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 입학 전에 한글을 떼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1학년을 지도한 경험에 따르면 한 반에 25명 정도의 학생 중 한글을 아예 모르는 학생은 2~3명 정도다. 입학 전 기본적인 글자와 ‘사자’, ‘나비’, ‘학교에 갑니다’ 등 간단한 문장은 읽고 쓸 줄 아는 상태에서 입학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든다.”
―수학 등 선행 학습은 어디까지?
“초등 1학년 수학에서 1부터 100까지의 수를 배운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100까지의 수를 익히고 입학해, 입학 전 100까지의 수 개념은 알려주는 게 좋다. ‘하나, 둘, 셋’과 ‘일, 이, 삼’같은 숫자 세는 방법 두 가지를 모두 알려줘야 한다.
또 1에서 20 정도까지의 숫자와 간단한 덧셈 뺄셈을 익히고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1+2=3’같은 단순 문제 풀이가 아닌, ‘5개의 초콜릿이 들어있는 바구니에서 2개를 꺼내 먹으면 몇 개가 남을까’와 같이 실생활을 적용한 문제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빼기’에서 ‘덜어내기’나 ‘가져가기’의 뜻을 이해하는 식이다.”
―입학 전 ‘이것만은 준비하자’라고 조언할 내용이 있다면.
“아이의 기초 생활 습관을 바르게 만들어 주면 입학 후 부모와 아이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기초생활 습관은 교사의 말 몇 마디로 하루아침에 잡히지 않는다. △정리정돈하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알림장 놀이 등을 통해 내 물건 스스로 챙기기 △집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 담당해서 하기 △학교에서는 오전 간식이 나오지 않는 만큼 아침밥 챙겨먹기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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