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오전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2023년 10월 군검찰이 박 대령을 재판에 넘긴 지 약 1년 3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군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면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군 전체의 기강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2023년 7월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전 장관은 이를 승인했다. 이 전 장관은 이튿날 돌연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으나 박 대령은 8월 2일 사건을 관할인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이를 두고 군검찰은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언론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대령을 기소했다.
군검찰은 7월 31일에서 8월 1일 사이 김 전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를 3차례 지시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박 대령은 “(이첩 보류를) 지시 받은 적이 없다”며 “3회에 걸친 명령을 수명하지 않았는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 자체가 명령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박 대령은 최후변론에서 “대통령실이 (사건에) 전방위로 개입했다”며 “(이 전 장관이) 대통령의 격노 전화를 받고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 때문에 사건 처리 방향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군사법원은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김 사령관이 회의·토의한 것을 넘어서 (박 대령에게) 구체적·개별적으로 이첩 보류 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첩을 중단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봤다. 이에 김 전 사령관의 명령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 대령은 무죄를 선고받은 뒤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돌이켜보면 1년 반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을 버티고 견디고 이겨낼 수 있던 건 이 자리에 계신 국민 지지와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 상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지혜롭고 용기있는 판단을 해준 군 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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