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조종사 “콘크리트 둔덕일 줄은…장애물 지정·고시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월 9일 15시 37분


“콘크리트 둔덕 탓, 참사로…위험 요인인데 항공고시보 누락”
국토부도 부랴부랴 항공고시보에 둔덕 포함할 지 검토 나서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뉴시스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2025.01.02. 뉴시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인명피해를 키운 화근으로 꼽히는 로컬라이저(LLZ) 콘크리트 둔덕이 항공고시보에는 이착륙 장애물로 기재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고시보에 콘크리트 둔덕 관련 정보가 빠져있던 탓에 급박한 당시 상황에서 조종사의 착각 또는 오판을 야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직 항공기 조종사 A씨는 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사고기가 충돌했던 무안국제공항 내 LLZ 콘크리트 둔덕은 단순한 흙더미가 아니었던 만큼 항공고시보에 장애물로 등록돼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기 조종사들은 운항에 앞서 반드시 항공고시보를 통해 공항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평면 지도 또는 레이더로는 알 수 없는 지형지물을 미리 숙지해 미연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씨는 “179명이 숨지는 참사로까지 이어진 이유는 LLZ를 받치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이다. 항공고시보에도 LLZ 둔덕은 등록돼있지 않다. 눈으로 봤을 때에는 흙더미로 보일 뿐, 그 안에 견고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는 줄 누가 알겠느냐”며 “사고기 조종사가 흙더미인 줄 알고 동체착륙 이후 진행 방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겉보기에는 2m 높이의 흙더미로 보이는 무안공항 LLZ 콘크리트 둔덕은 공항 19번 방향 활주로 끝단으로부터 251m 떨어져 있다. 개항 이래 둔덕은 여러 차례 보강 공사를 거쳐 콘크리트 기둥 19개와 두터운 상판을 얹은 형태의 현 상태 구조물로 보강됐으나 겉면은 흙으로 덮었다.

해당 둔덕은 국토교통부 항공청보관리체계 항공고시보에서도 ‘지형 또는 장애물’로 등록돼있지 않다. 무안공항 주변으로 지정된 비행시 유의해야 할 지형 또는 장애물은 총 11건으로 모두 ‘Hill’(언덕)로 지칭돼 있을 뿐이다.

높이는 81피트(24m)부터 1701피트(518m)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공항 바깥에 있는 지형·장애물이다.

A씨는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으로 인명피해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재작년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국적기 오버런 사고 당시에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유독 이번에는 활주로 이탈 이후 둔덕 충돌 탓에 참사로 이어졌다”며 “국토교통부는 항공고시보에 이번 사고가 난 LLZ 둔덕을 반드시 ‘공항 내 장애물’로 등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토부는 이번 참사 후속 대책의 일환으로 착륙유도시설 둔덕의 재질 등 자세한 시설 정보를 조종사들이 미리 숙지할 수 있도록 항공고시보에 제공할 지 검토키로 했다.

[무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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