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사진)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 외압 의혹 등으로 윤석열 정부 추락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 대령 사건이 무죄로 판단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재판장 김종일)은 9일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23년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이 기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중단하라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사령관은 피고인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했다기보다는 기록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와 토의를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전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 대령이 이첩 중단 명령까지 불복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없는 채 상병 순직 사건은 민간 수사기관에 조사 기록을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첩 중단 지시 자체가 부당해 박 대령이 따를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나’라며 질책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김 전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해왔다. 박 대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이첩하려 하자 김 전 사령관이 “VIP(윤 대통령)가 격노했다”며 막았다는 것으로, 이첩 보류·중단 명령 등이 윤 대통령의 외압에 의해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VIP 격노설’이 실제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9일 “민주당은 채 해병의 죽음에 얽힌 내막과 외압의 몸통을 밝혀내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민주당이 무차별로 제기했던 ‘수사 외압설’은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아 이미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판결을 존중한다”며 항소 여부에 대해선 국방부 검찰단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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