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던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집행을 앞두고 10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 경찰에 전격 출석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직서를 수리하며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쥐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본은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 속에서 2차 체포 전략 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박 처장은 오후 11시 10분경 조사를 마치고 “수사기관 조사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려 했다”며 자리를 떠났다. 경찰의 긴급체포는 없었다. 조사는 13시간 가량 진행됐다.
박 처장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출석했다.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그는 앞서 1, 2차 출석 요청에는 불응했다. 경찰 내부에선 “예상치 못한 출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처장은 경찰 조사 전 기자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상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 출석 직후 윤 대통령 측은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며 경호 공백은 없다고 선언했다.
박 처장 조사가 이어지던 오후 4시 20분경 경호처는 “박 경호처장이 오전 비서관을 통해 최 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공지했고, 기재부는 “사직서가 수리됐다”고 알렸다. 공조본에는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후 최 권한대행은 ‘체포영장 집행 관련 메시지’를 통해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최 권한대행의 발언은 중립을 가장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수괴를 돕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의 메시지가 사실상 대통령 체포 반대 뜻을 밝히며 경호권을 인정해 줬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으로서 말할 수 있는 원론적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조본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기존 계획대로 체포영장을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수도권 광역수사단 지휘관들을 불러 대통령 체포 방안을 논의했다. 법조계에선 처장 사퇴가 ‘경호처 수뇌부 신병 확보 후 윤 대통령 2차 체포 시도’란 공조본 계획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장기화될수록 수사기관의 수사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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