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상자를 통째로 들고 도망간 사람도 있습니다. 집회를 방해하려 일부러 그런거에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핫팩과 도시락 등을 나눠주던 김공헌 씨(56)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준비된 보온물품 같은 것들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반면 근처에서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측 자원봉사자는 “젊은 커플 한 쌍이 와서 핫팩을 줬더니 받자마자 휙 돌아서서 웃으며 탄핵 찬성 집회 쪽으로 가버렸다”고 분개했다. 그는 “우리 측 참가자들을 위해 열심히 마련한 건데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 “핫팩 갖고 튀어” 상대 집회 물품 ‘보급 침탈전’
윤 대통령 지지 측과 탄핵 찬성 측이 혹한에도 관저 인근 집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상대 집회에 준비된 핫팻 컵라면 등 무료 물품을 일부러 가져가는 이른바 ‘보급 침탈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정말 필요해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의 집회를 방해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그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체포 날짜가 다가올수록 양측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도 고조되는 가운데 이 같은 행위가 감정 싸움과 물리적 충돌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만난 김 씨는 “20, 30대의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진보 시위대 쪽에서 물품을 계속 받아내 빨리 소진시키자’고 방송하며 대놓고 물품을 받으러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왔다갔다하며 물품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주머니에 성조기와 태극기가 꽂혀있는 걸 우연히 보곤 ‘가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각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추위를 피하도록 하기 위해 음식, 보온 용품 등을 무료로 현장에서 나눠주고 있다.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는 스티로폼, 몸에 두를 수 있는 비닐이나 보온용품, 끼니 해결용 컵라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를 일부러 가져가 상대 집회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계획적으로 이런 행동을 권유하기도 한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반대편 집회 물품을 뺏어오자’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이 대화방에서 ‘재명아 감옥가자’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좌파 (집회)에서 오뎅 다 먹고 탄핵 반대 집회로 넘어가는 게 베스트”라고 올렸다. ‘부정선거 구속’이라는 이름의 이용자는 “좌파 보급 뭐 있어요? 뺏어가게요. 몰래”라고 묻기도 했다.
● 컵라면 나눠주며 ‘사상 검증’도… 경찰 “절도죄 소지”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일종의 ‘사상 검증’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서 컵라면을 나눠주던 대통령 지지 자원봉사자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으니 ‘이재명 구속’이라 말해보라고 시킨 뒤 그대로 말하면 나눠준 적도 있다”고 했다. 탄핵 찬성 측 자원봉사자 백모 씨(47)는 “대통령 지지 진영에 식사와 핫팩뿐 아니라 단열 스티로폼도 털렸다”며 “워낙 손해를 많이 봐서 이제는 꼭 (신분을) 물어보고 나눠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마찰로 번질 우려도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 감정들이 점층화해 이성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가장 우려되는 건 절도에서 그치지 않고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금은 사소한 규모의 행동이라도 이 같은 극단적인 적대감이 이어지면 마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 받을 소지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상대편 집회에서 쓸 목적으로 갖다놓은 것을 다른 의도로 가져간 건 절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 제지하는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품을 가져간 뒤 ‘방금 마음이 바뀌어 지지 진영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 범죄를 입증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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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17:53:47
대체로 보니 탄핵 찬성쪽 인원들이...우파 집회를 훼방 놓는일이 많더만..숫자도 얼마 되지 않은것들이...못된 짓만 배워서
2025-01-13 17:54:27
주사파 집회를 연다 ..>사람들이 모인다 ..>짱궤가 나타난다 ..>게이 연설 ..>트젠 연설 ..>사람들이 집에 간다 ..>집에 가서 우파로 전향한다.
2025-01-13 17:34:33
ㅋㅋ 몇명 없더구만..... 거기서 가져가지 않아도 수천의 시민들의 지원이 답지하고 있다...... 니들 끼리 서로 가져가는 거다..... 무안참사 현장에서도 그랬다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