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4분…블랙박스 기록 안될 확률 700만 분의 1”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월 13일 15시 29분


“사고 원인을 추정 밖에 할 수 없어”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여객기 꼬리부분을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이용해 여객기 꼬리부분을 들어올리고 있다. 뉴시스
전남 무안 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블랙박스에 충돌 4분간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가운데 이런 사례를 처음 본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항공기 블랙박스에는 기본적으로 FDR과 CVR이라는 장비가 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기록이 된다”며 블랙박스는 중요하기 때문에 그 강도도 강하다. 중력 가속도의 3400배를 버티고 1100℃에서 1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CVR의 경우에 조종사와 관제사, 조종사끼리 대화,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또는 방송 등 이런 항공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음이 다 녹음된다“며 ”그러므로 보지 않아도 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조종사와 관제사의 대화는 8시 59분에 메이데이, 조류와 충돌했다고 말한 것까지 있는데, 그다음 폭발까지는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다“고 거론하자, 권 교수는 ”그 뒤에 착륙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더 통화했을 수 있다. 관제사가 어떤 상황이냐고 물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권 교수는 ”답했다면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다. 가장 정확한 것은 블랙박스 속 음성 기록 장치에 남아있다“며 ”(그런데) 그 음성 기록 장치의 4분이 녹음이 안 됐다. FDR 비행 기록 장치에도 아무것도 녹화가 안 됐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기록이 됐는데 블랙박스가 부딪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기록됐는데 삭제된 것도 아니고 애초에 기록 자체가 안 될 수가 있느냐“고 묻자, 권 교수는 ”30년 항공 안전을 연구했는데, 처음 듣는 케이스다“라며 ”이럴 확률은 거의 700만 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FDR은 항공기 좌측 엔진에서, CVR은 우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는다. 이 두 가지 장치가 다 안 됐다는 것은 결국 ‘두 엔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4분 동안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사고 원인을 추정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CVR 장치에 10분 안팎으로 전원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보조 배터리(RIPS) 장착하게 되어있다“면서도 ”해당 비행기는 관련 규제 이전에 만들어진 항공기“라고 언급했다.

‘독립적인 배터리 장치가 있냐’고 묻는 말에 권 교수는 ”엔진이 2개 꺼지면 APU(보조 엔진)를 작동하게 된다. 그러면 전원을 다시 공급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워낙 긴급하기 때문에 이 보조 엔진 자체를 작동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추정이지만 항공기가 (공항에) 접근하는 중에 조류 충돌로 인해 우측 엔진이 먼저 꺼지고, 좌측 엔진도 같이 조류에 충돌하면서 2개 엔진이 꺼졌을 것“이라며 ”이때 유압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조종간이 뻑뻑하고 무거워져서 랜딩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보조 엔진을 켤 손도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권 교수는 ”조류 충돌이 난다고 해서 엔진이 그냥 고장 나거나 멈추진 않는다. 엔진 설계할 때 조류 충돌 실험을 하게 돼 있다“며 ”결국 이 경우엔 조류 떼가 거의 수백 마리 이상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새 떼가 워낙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속도가 워낙 빨라 조종사가 조류를 봤을 땐 이미 늦다고 볼 수 있다. 관제사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장치들을 조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모든 것이 국제 기준에 맞춰질 거로 생각해 그런 것(콘크리트 둔덕)까지 기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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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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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13 23:47:29

    '엔진'이 어느 정도까지는 가동했기 때문에 기체가 균형을 잃지 않고 동체 착륙할 수 있지 만약 하강 고도 '200 미터' 정도에서 왼쪽 '엔진'마저 새떼와 부딪히고 출력이 서서히 낮아졌다면 기록이 안됐을 수 있고, 그러나 '엔진 팬'을 정지시킬 만큼 새떼 잔해들이 연료 분사, 공기 유입 노즐을 막아서 가열로 내부 '실린더'들이 손상된다 해도 폭발할 정도는 아니고, 그 때도 '피에조' 소자처럼 열차(electro-thermal) 소재로 예비 전력을 만든다든지 아예 ups를 달았든지 기록 장치에 전원이 들어갔어야 하는데 이상한 일이죠.

  • 2025-01-13 16:56:42

    4.15 부정선거 결과는 동전 1000개를 동시에 던져 모두 앞면 나올 확률, 사라진 블랙박스 최후 4분은 700만분의 1의 확률. 통계적으로 예외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나라!

  • 2025-01-13 16:01:49

    이 사건은 아주 특별하게도 수백만분의 1의 확률로 비행장치의 기록이 핵심이 아닌 경우다. 핵심은 지상 제보자의 충돌 영상이고 그 원인은 둔덕 임이 이미 알려진 예외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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