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진영 핫팩-컵라면 통째로 슬쩍”… 관저앞 집회 ‘보급 침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4일 03시 00분


상대 집회 방해하려 물품 신경전
도시락-보온용품 등 계속 챙겨가
먹튀 막으려 진영 확인후 배부도
감정 싸움-폭력 충돌로 번질 우려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근처 집회 현장에 컵라면, 유자차, 핫팩 등 물품이 쌓여 있다. 대통령 찬반으로 갈라진 집회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상대편 집회 물품을 훔치거나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핫팩 상자를 통째로 들고 도망간 사람도 있습니다. 집회를 방해하려 일부러 그런 거예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핫팩과 도시락 등을 나눠 주던 김공헌 씨(56)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준비된 보온 물품 같은 것들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반면 근처에서 윤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측 자원봉사자는 “젊은 커플 한 쌍이 와서 핫팩을 줬더니 받자마자 휙 돌아서서 웃으며 탄핵 찬성 집회 쪽으로 가버렸다”고 분개했다. 그는 “우리 측 참가자들을 위해 열심히 마련한 건데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 “핫팩 갖고 튀어” 상대 집회 물품 ‘보급 침탈전’

윤 대통령 지지 측과 탄핵 찬성 측이 혹한에도 관저 인근 집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상대 집회에 준비된 핫팩 컵라면 등 무료 물품을 일부러 가져가는 이른바 ‘보급 침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필요해서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의 집회를 방해하려는 의도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 체포 날짜가 다가올수록 양측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도 고조되는 가운데 이 같은 행위가 감정 싸움과 물리적 충돌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만난 김 씨는 “20, 30대의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진보 시위대 쪽에서 물품을 계속 받아내 빨리 소진시키자’고 방송하며 대놓고 물품을 받으러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물품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주머니에 성조기와 태극기가 꽂혀 있는 걸 우연히 보곤 ‘가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추위를 피하도록 하기 위해 음식, 보온 용품 등을 무료로 현장에서 나눠 주고 있다.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는 스티로폼, 몸에 두를 수 있는 비닐이나 보온 용품, 끼니 해결용 컵라면 등 다양하다. 이를 일부러 가져가 상대 집회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계획적으로 이런 행동을 권유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반대편 집회 물품을 뺏어 오자’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이 대화방에서 ‘재명아 감옥가자’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좌파 (집회)에서 오뎅 다 먹고 탄핵 반대 집회로 넘어가는 게 베스트”라고 올렸다. ‘부정선거 구속’이라는 이름의 이용자는 “좌파 보급 뭐 있어요? 뺏어 가게요. 몰래”라고 묻기도 했다.

● 컵라면 나눠 주며 ‘사상 검증’도… 경찰 “절도죄 소지”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일종의 ‘사상 검증’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컵라면을 나눠 주던 대통령 지지 자원봉사자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으니 ‘이재명 구속’이라 말해보라고 시킨 뒤 그대로 말하면 나눠 준 적도 있다”고 했다. 탄핵 찬성 측 자원봉사자 백모 씨(47)는 “대통령 지지 진영에 식사와 핫팩뿐 아니라 단열 스티로폼도 털렸다”며 “워낙 손해를 많이 봐서 이제는 꼭 (어느 진영인지) 물어보고 나눠 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마찰로 번질 우려도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 감정들이 점층화해 이성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가장 우려되는 건 절도에서 그치지 않고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극단적인 적대감이 이어지면 마찰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행위는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받을 소지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상대편 집회에서 쓸 목적으로 갖다 놓은 것을 다른 의도로 가져간 건 절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품을 가져간 뒤 ‘방금 마음이 바뀌어 지지 진영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 범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저#집회#보급 침탈전#탄핵#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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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1-14 03:51:48

    똥아일보 처럼 *****은 언제나 거짓말을 밥먹듯한다 이태원 가봐라 자유우파 진영에는 후원자가 넘처 먹을게 넘친다 저 좌파 그지들쪽은 사람도 몇명 없고 먹을것도 없어 우피인척 하고 우파쪽으로 와서 처먹고 가는것들 보고도 그냥 봐준다 북괴놈들 하고 똑같다.그저 거짓말에 도둑질에 그게 전문이니까 왜 그렇케사니 그러니 평생 가난을 면치못하고 남탓만 하고 범죄나 저지르고 인생 막장 가는거다.

  • 2025-01-14 03:36:11

    언제까지 시간낭비하면서 국론분열 선동질이 계속될지 .... 뱀보다 교활한 잡범 재명이와 공산좌파들이 나라를 망치는구나...

  • 2025-01-14 03:49:25

    못된놈들, 진짜로 수치를 모르는건가? 베트콩이 국군의 M16을 탈취한것 깉아 참 기분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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