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집회 전면 금지 행정명령…대법 “제한 과도해 위법”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월 14일 12시 10분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 어기고 집회 개최
1·2심 혐의 인정해 유죄 판단…벌금형 선고
대법 “침해의 최소성 갖췄다 보기 어려워”

전국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등을 바로잡고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19일 열렸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17.06.20. 서울=뉴시스
전국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등을 바로잡고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19일 열렸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17.06.20. 서울=뉴시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회를 전면 금지한 행정명령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해 12월12일 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인 A씨 등 4명은 지난 2021년 7월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원주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는데, 집회에 대해선 4단계 기준인 1인 시위만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경찰은 이 행정명령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 나머지에겐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주시의 행정명령이 예외를 두지 않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이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집회의 금지를 선택한 것이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행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중 가능한 한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집회에 대해서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해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당시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집회의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적절히 제한하거나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행정명령은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은 채 원주시 전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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