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의 국가 분담을 연장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교부금 등 지방교육재정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고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며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영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2학기부터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각 47.5%, 지자체가 5%씩 부담해 왔다. 관련 규정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일몰 예정이었는데 야당이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교육부는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국무회의 뒤에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국가가 교육청 등과 분담했던 규정은 국정과제여서 한시적으로 증액 교부했던 것”이며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충분히 지방교육재정 내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정안 시행시 예비비에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부담하도록 2025년 예산안이 가결됐지만 예비비(1조6000억 원)가 전년보다 6000억 원 감액돼 9000억 원 이상을 고교 무상교육에 사용하면 전염병 대응이나 재난 복구 지원 등 긴급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재정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다시 한번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의가 요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수(108석)가 3분의 1을 넘으므로 여당이 반대하면 재의결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법안이 폐기되면 고교 무상교육은 전액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일각에서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을 무산시키려 한다고 지적하는 것을 의식한 듯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고교 학비는 안정적으로 무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초·중등교육법에서 고교 입학금, 수업료 등은 무상이고 학생과 보호자로부터 받을 수 없게 규정돼 있다”며 “향후에도 고교 무상교육은 안정적으로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교육감들은 정부가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한다며 반발한다. 이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의 비용 분담은 고교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상징성을 지닌다”며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온전히 지방교육재정에 전가한다면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 큰 이유는 국민 모두가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며 “고교 무상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큰 계획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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