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임금체불액이 2년 연속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부터 임금 체불 근절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임금 체불 규모가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임금체불 예방 및 대응 조치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임금체불액은 1조8659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던 2023년 1조7845억 원을 넘어섰다. 12월 임금체불액이 포함되면 사상 처음으로 연 임금체불액이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간 임금체불액은 2020년 1조5830억 원, 2021년 1조3505억 원, 2022년 1조3472억 원으로 감소세였지만 2023년부터 체불액이 크게 늘었다. 4년간 약 1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체 임금체불액 뿐만 아니라 1인당 체불액도 늘어났다. 1인당 체불임금액은 2020년 1인당 약 537만 원이었지만 2024년 11월 기준 1인당 약 710만 원으로 32% 증가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취임 직후 여러차례 임금체불 근절을 강조해왔다. 고용부도 상습 임금체불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방안을 발표하는 등 임금체불 예방 및 처벌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임금체불에 취약한 산업구조의 개선 없이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체불이 자주 발생하는 건설업, 제조업, 조선업 현장에서는 원청에서 일을 수주해 다른 하도급사에 일을 넘긴 뒤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식의 ‘다단계 하도급’ 업체들이 많다. 현행법상 원청의 동의없이 수주한 일을 그대로 재하도급을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건설업, 제조업 현장에서는 공사 비용을 아끼고 작업상 하자 책임을 넘기기 위해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불경기로 인해 하도급사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약 조건 상의 불이익이나 임금체불 문제 역시 심화되고 있다. 계약서를 쓰자고 하거나 도급 비용을 협상하려고 하면 도급사에서는 ‘당신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다’라는 식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이나 기성(공사 대금) 체불이 발생해도 업계 평판과 다음 일감을 따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봐 쉽게 신고하거나 갈등을 일으키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불법 하도급의 구조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임금체계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 확산 등 근로기준법상 기본적인 부분들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 하도급사를 운영 중인 30년 경력 건설업자 전모 씨는 “계약상 분쟁이 생기면 하도급사는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도급이든 재하도급이든 구조적으로는 없어져야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정상적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 안했을 때 발주처가 큰 페널티를 받는 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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