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동네 의원에서 대면 진료 시간이 짧은 이른바 ‘3분 진료’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별다른 보상 체계가 없는 환자 상담 및 교육에도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로 보상해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상담, 교육 등 ‘묶음 수가’로 보상
1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차 의료기관(의원급) 강화를 위해 ‘묶음 수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묶음 수가는 현재 ‘행위별 수가제’처럼 개별 행위에 대해 진료비를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 1명을 진료할 때 필요한 전체 행위에 대해 값을 매기는 방식이다. 묶음 수가에는 상담과 교육, 관리 등의 항목을 포함시켜 고령 환자와 만성 질환자 등이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병의원에서 ‘3분 진료’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상담 등에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지금은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 길게 상담하거나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싶어도 이에 대한 수가 자체가 없어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묶음 수가는 1차 의료기관에서 일종의 ‘매뉴얼’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70세 고혈압 환자가 현재 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의사는 진단과 처방만을 할 수 있다. 묶음 수가가 도입되면 진단 1회 및 상담 5분, 월 2회 교육 등 묶음 수가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정부는 또 성별과 연령, 건강 상태, 병의원 이용 횟수 등을 고려해 환자위험군을 분류할 계획이다. 환자위험군에 따라 묶음 수가에 들어가는 진찰, 상담, 교육 등의 행위에도 차등을 두고 고위험군엔 수가를 높게 책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묶음 수가는 여러 질환을 앓거나 여러 병의원을 찾았을 때 의약품이 중복으로 처방되고 개별 진료과에서 진단해 종합적인 진료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1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은 진료 과목이 다른 여러 의원들이 공동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1차의료 개혁 방안 등이 포함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은 다음 달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취지는 좋지만 적정 수준의 보상 필요”
정부는 장기적으로 묶음 수가 도입을 통해 만성 질환이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개특위 관계자는 “진단, 처방 등 일상적인 진료에 상담을 포함 시켜 결과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조금 더 자세히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환자의 건강 수준도 올라가고, 전체 의료비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묶음 수가 도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묶음 수가에 포함되는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는 “묶음 수가가 도입되면 전반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위들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예방적 활동에 대해 수가로 인정받으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에 습관화 된 의료 행위를 묶어서 제약한다면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묶음 수가의 보상 수준이 적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하루 100명을 진료해 운영하던 의원이 50명을 진료해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묶음 지불을 통해 기초 진료에 대한 부족한 보상을 메워보자는 접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급여 진료로 수익을 유지하는 의원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시장 여건에 부합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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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5 20:56:27
응급환자가 의사부족으로 뺑뺑이돌다 사망하는걸 보면서 응급실에서 이탈하는 걸 보면 ~ 처우를 개선해 줄수록 의기 양양해져서 소수의 귀족적 기득권 지키기에 더 적극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
2025-01-15 19:18:30
환자 대기시간 2시간 진료는 5분... 경증환자 자부담 300% 가라
2025-01-15 20:53:13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눈꼽만큼도 이해를 못하는, 아니 안하는 ... 국가통제 사회주의 관치에 쩔은 새ㄱ끼덜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