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낙서 테러 접한 뒤 동일 범행 저질러…징역 2년·집유 3년
2심 “엄중 처벌 필요하지만…1심 가볍진 않아” 검사 항소 기각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상주 이원석)는 16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 모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명령했던 3년간의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적색·청색·흑색 스프레이 몰수도 유지했다.
재판부는 “선조가 남긴 문화유산인 경복궁을 훼손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설 씨는 지난 2023년 12월 16일 ‘경복궁 낙서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설 씨가 1차 낙서 테러를 언론으로 접한 뒤 관심을 받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동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6월 1심은 “다른 범죄자가 저지른 낙서 사건과 관련해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직후 행위예술로 봐달라고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설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범행 당시 설 씨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았던 점을 언급하며 사회에서 격리하기보다는 보호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설 씨의 보호자가 1900만 원가량의 담벼락 복구 비용을 변상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한편 1차 낙서 테러를 지시한 불법 온라인 사이트 운영자 ‘이팀장’ 강 모 씨(31)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실제 낙서한 혐의를 받는 임 모 군(19)과 김 모 양(18)은 1심에서 각각 장기 2년에 단기 1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강 씨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범행을 도운 조 모 씨(21)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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