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사망에 화장장 대란, 4일장 치르고 타지역 원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2일 03시 00분


RSV 동시 유행에 사망자 급증
지난주 화장, 작년 평균보다 31%↑
화장장 포화에 유족들 마음고생
“겨울철마다 반복… 근본대책 필요”

21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시설 안 전광판에 화로가 모두 가동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1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화장시설 안 전광판에 화로가 모두 가동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마치 공연 티케팅 하듯 광클(마우스를 빠르게 클릭)해서 겨우 화장할 곳을 찾았습니다.”

최근 가족을 떠나보낸 최모 씨는 21일 이렇게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그는 조모상을 당했지만, 한동안 화장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최 씨는 “슬픈 상황인데 예약에 성공했을 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덧붙였다. 인플루엔자(독감)와 다른 호흡기 질환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현상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장 곳곳에서 예약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장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4, 5일장을 치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화장 원정’까지 떠나고 있다.

● 화장, 지난해 평균보다 31% 증가

21일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경기, 대구 등 화장 예약은 사흘 뒤까지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복지부 집계 결과 이달 13∼19일 전국 화장시설 화장 건수는 8689건으로, 지난해 평균 6592건보다 31% 더 많았다.

실제 전국 화장장 곳곳이 포화 상태다. 20일 방문한 대구 수성구 명복공원 시립 화장장은 쉴 틈 없이 가동 중이었다. 하루 최대 50구를 화장하고 있지만 이미 3일 뒤 예약까지 꽉 찬 상황이었다. 시 관계자는 “화장로는 800도 이상 온도가 올라 자주 가동하면 고장 날 수밖에 없다. 고장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화장 건수가 늘면서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초구 추모공원 화장장 운영시간을 2시간 연장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달 둘째 주부터 승화원 이용 수요가 작년보다 약 10% 늘어났다”며 “영업시간 연장 이전에는 3일장은 당일 예약이 불가할 정도고, 이용자 중 3일장 치르는 비율도 같은 기간 70%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최대 화장시설인 함백산추모공원도 화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3일장 비율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이곳은 하루 평균 50구를 화장하고 있는데, 23일부터 회차를 늘려 60구를 화장할 예정이다. 이달 초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화장하면서 일이 밀린 광주시도 현재 화장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태다.

전국 화장장 곳곳이 포화 상태를 보이면서 유족들은 화장장을 찾느라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최근 가족의 장례를 치른 한 유족은 “집 인근에 화장장이 없어 다른 지역까지 알아봐야 했다”며 “말 그대로 원정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 ‘트윈데믹’ 반복…“대책 필요”

화장시설 포화 원인으로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 중인 호흡기 질환이 꼽힌다.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주 차(5∼11일) 인구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86.1명을 기록했다. 전주(지난달 29일∼이달 4일) 99.8명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역대급 유행’이었다는 2016년(86.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호흡기 질환까지 유행 중이다. 이달 2주 차 전국 221개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로 입원한 환자 수는 477명이다. 코로나19 등 다른 호흡기 질환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향후 겨울철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장사시설 포화가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 거제시 주민들은 이웃 지자체인 통영과 협약을 통해 통영시추모공원 화장장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장시설 증설이 근본적 대책이지만 주민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화로를 늘리고 개선해 화장 능력을 높이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RSV 동시 유행#겨울철 감염병#장사시설 포화#화장장#초고령사회#트윈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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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25-01-22 09:21:41

    화장장이 없는 지자체에서 화장을 원하는건 인간말종짓거리이닌가? 지자체를 통합해서 공무원수 대폭 줄이고 화장장 대폭 늘려라

  • 2025-01-22 11:58:51

    의료대란으로 시스템 작동치않아 사람들이 더 죽어나가는듯.빨리 의료를 정상화시켜야되는데 담당공무원들이 바뀌지 않으니 변화가 불가능.윤똥은 의료대란일으켜 여소야대만들고 계엄선포해서 나라 위기,자기몰락 만들고.무능력의 극치.깜냥이 안되는데 탐욕만 부리다가 집안 풍비박살나고.자업자득.인과응보,권선징악,사필귀정

  • 2025-01-22 13:01:24

    기하 급수적으로 인구 수가 줄고 있구나 세월이 가면 더 독한 비이러스가 인간의 생명을 위협 할것 같다. 의사수 늘리는것 보다 화장장 늘이는것이 경제적이다 윤석열의 무당 놀이에 부모세대들이 하늘 나라로 제대로 가지 못하는구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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