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료공백에… 뇌사 장기기증 18%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03시 00분


작년 397명… 13년만에 400명 이하
뇌사 추정자는 1년전과 큰 차이 없어
“뇌사판정 지체-가족상담 여력 안돼”
이식 대기자 수-대기 기간 늘어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가 397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1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 장기기증자가 400명 이하를 기록한 건 2011년 368명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간 지속된 의료 공백이 기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의료인력 부족으로 뇌사 환자 가족을 상담하고, 뇌사 추정 환자를 파악할 여력이 줄면서 공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 18% 감소

2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이후 감소해 2022년 405명까지 줄었다. 2017년 기증자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보도로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영향이 컸다. 2023년 483명으로 깜짝 반등했지만 1년 만에 17.8% 급감했다.

의료계에선 1년간 지속된 의료 공백이 기증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뇌사 환자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가족의 동의 없이는 기증이 불가능하다. 뇌사 판정 전후 가족과 상담이나 설득을 통해 기증 동의를 받는데, 지난해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사직 여파로 기존 의료진이 소진되면서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의료 공백 상황에서 소생 가능한 환자에게 의료 자원이 집중되면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기증을 고민하는 동안 환자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의료 공백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뇌사 판정을 위해선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지난해 이런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기증원의 뇌사 추정자 접수 건수는 2023년 2921건에서 지난해 2986건(잠정치)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증자 수만 감소했다.

뇌사 판정이 지체되면서 장기 상태가 나빠져 기증을 못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조광욱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중환자실 전담 의사가 부족하면 뇌사 판정도 지체된다. 그사이 패혈증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기증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이식 기다리다 하루 8명꼴 숨져

뇌사 장기기증이 감소하면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도 증가세다. 2023년 5만1876명이었던 이식 대기자 수는 지난해 말 5만4789명(잠정치)으로 5.6% 늘었다. 장기이식 대기 사망자는 2019년 2145명에서 2023년 2907명으로 1.4배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에만 이식 대기 환자 1514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8명꼴이다. 장기이식까지 평균 대기 기간도 2019년 1228일에서 2023년 1441일로 213일 늘었다. 신장 이식 환자는 평균 7년 3개월(2691일)을 기다려야 한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2023년 말 기준 178만3283명으로 전체 인구의 3.4%에 불과하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는 약 8명으로 스페인(46명), 미국(44명), 영국(21명) 등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 희망 등록이 활성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최근 기증자 예우가 강화됐지만 국민의 체감도는 낮다. 운전면허 취득 시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묻고 신청받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사 장기기증#기증자 감소#의료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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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25-01-23 07:05:08

    안하는게 좋아요..사후 아무런대책없이 빈껍데기 가져가라고 하는데 어느누가 신청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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