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교통사고 화재… 악천후에 험난했던 설연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9일 15시 01분


임시공휴일인 27일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시작된 폭설로 시작된 설명절 연휴가 악천후와 그로 인한 귀향·귀경길 교통사고, 한 달만에 또 발생한 항공사고 등으로 얼룩졌다.

31일 금요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최대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지만 이 같은 궂은 날씨와 사고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가슴 쓸어내린 ‘김해 에어부산 화재’

28일 밤 10시 26분 김해공항에 있던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긴급 진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설날을 하루 앞둔 음력 섣달그믐날 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고 소식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화재 사고였다.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채 이륙을 준비 중이던 김해발 홍콩행 에어부산 391편에서 28일 오후 10시 26분 경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빠르고 질서있게 비상탈출에 임하면서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모든 탑승객이 무사히 탈출했다.

하지만 항공기는 동체의 객실 천장 부분이 모두 타 버려 전손처리(항공기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독자 제공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독자 제공
승객과 승무원의 증언을 종합하면 불은 항공기 뒤쪽 28열 근처의 왼쪽 좌석 위 선반(오버헤드 빈)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와 조사 당국은 승객 휴대수하물 중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난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공기는 당초 오후 9시 55분 이륙 예정이었으나 항로에 항공기가 많아 이륙이 지연된 상황이었다.

토잉카(출발을 위해 항공기를 주기장에서 정해진 위치로 견인해주는 특수차량)가 접현한 상태로 모든 문을 닫고 출발 대기하고 있던 시점에 불이 난 것이다.

비행 중인 항공기 화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인 만큼, 이륙 지연이 오히려 인명 피해를 막았다는 여론이 많다.

다만 탈출 과정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7명이 경상을 입고 치료 중이라고 승객을 구조한 소방당국은 밝혔다.

●설날 오전 한 때 신당역 인근에서도 화재

설 당일인 29일 오전에는 한 때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사에 연기가 차올라 지하철이 이 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29일 오전 화재로 인한 교통통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9일 오전 8시 49분 경 신당역 외부 한 주점에서 발생한 화재로 역사 내로 연기가 유입됐다며 이 역을 지나가는 지하철을 양방향 모두 한 때 무정차 통과시켰다.

이 화재로 지하철 뿐만아니라 인근 도로 통행도 일부 제한됐다.

서울시는 당시 “중구 퇴계로(황학동)에서 화재가 발생해 퇴계로 성동고교 교차로에서 신당역 방향 하위차로를 한 때 차단하고 운행 주의를 당부했다.

신당역 지하철 무정차는 약 30분 뒤인 오전 9시 20분 경 해제됐다.

●폭설에 힘겨운 고향길… 곳곳서 다중추돌

설 연휴 내내 내린 폭설로 도로 교통도 극심한 정체를 빚거나 아찔한 사고가 나기도 했다.

설연휴 기간 전국적인 폭설 및 한파로 인해 귀성·귀경길 고속도로 정체가 심화되고 있는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IC를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방향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다. 뉴스1
기상청에 따르면 월요일인 27일부터 29일 오전까지 경남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지역별로는 제주 애월읍 인근 사재비 산지에 72.7cm의 눈이 내려 쌓였다.

또 호남에서는 무주 덕유산에 38.6cm, 임실 37.9cm, 전주 완산에 22.8cm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영남에서는 봉화 석포에 30.8cm, 영주 부석에 23.9cm의 눈이 내려 쌓였고 충청권에도 진천에 기록된 적설량이 45.2cm에 이른다.

강원도 횡성 안흥에 35.4cm, 평창 봉평에 31.9cm의 눈이 쌓였고 수도권에도 경기 안성에 26.6cm, 평택 25.7cm, 용인 20.1cm, 서울 관악구에 16.0cm의 눈이 내린 것으로 기록도ᅟᅤᆻ다.

전국에 내려졌던 대설특보는 종료됐지만 아직도 충청권과 전라도 일부 지역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어 귀경길 주의가 요구된다.

연휴 내내 내린 대설로 곳곳에서 사고도 발생했다.

본격적인 귀성길 정체가 시작된 27일 강원 강릉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 원주IC 인근에서 11중 추돌사고가 발생,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본격적인 귀성길 정체가 시작된 27일 강원 강릉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 원주IC 인근에서 11중 추돌사고가 발생,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28일 오후 5시 20분 경 경부고속도로 충남 천안시 북천안나들목 인근에서 차량 14대가 잇따라 부딛혔다.

부산 방면으로는 승용차 2대와 버스 5대가 추돌해 8명이 부상을 당했고 10분 후 서울 방면으로도 승용차 2대와 버스 5대가 잇따라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총 9명이 다쳤지만 모두 경상이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악천후로 사고 수습에 시간이 걸리면서 해당 구간은 3시간 이상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같은날 오전 8시 40분 경에는 서해안고속도로 충남 보령시 인근에서 서울로 가던 고속버스와 SUV 차량이 추돌하면서 8명이 다치는 사고가, 오전 11시 40분 경에는 호남고속도로 김제나들목 인근에서 버스가 화물차를 들이받아 6명이 다치는 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28호남고속도로 김제나들목 인근에서 관광버스가 5톤 화물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눈이 많이 오면서 한국철도공사는 KTX 운행 전 구간에 걸쳐 강풍과 대설로 인해 서행운행을 하는 등 안전 조치를 하기도 했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잇따라 막혔다. 27일 오전까지만 인천에서 68편, 제주 16편을 포함해 항공기 111편과 여객선 73개 항로 96척의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연휴 마지막 날까지 한파가 계속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이어지겠다며 귀경길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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