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낮 광주 서구 금호1동 천원국시 금호점에서 노인들이 무료 국수를 먹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30일 오후 12시 반 광주 서구 금호1동 천원국시 금호점. 노인 10여명이 60여㎡ 매장에 앉아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국수를 먹고 있었다. 일부 노인들은 긴 설 연휴 동안 식사를 걱정했지만 국수 한 그릇이 큰 힘이 됐다.
신모 씨(77)는 “인근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설 연휴기간 동안 집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모두가 쉬는 설 연휴에도 맛있는 국수를 제공해줘 고맙다”고 했다. 양모 씨(74·여)도 “예전에 천원국시를 몇 번 먹었다. 시원한 멸치국물 국수가 생각나 찾아왔다”고 했다.
금호점은 27일 67그릇, 28일 44그릇, 이날 63그릇 등 사흘 동안 소외계층에게 국수 174그릇을 제공했다. 국수를 삶던 차송자 씨(64)는 “설 연휴에 끼니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어르신들이 국수를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금호 1동의 경우 전체 주민 25%가 저소득층으로 평소에도 천원국시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상무1동 천원국시 매장도 27일 25그릇, 28일 62그릇, 이날 44그릇 등 총 131그릇을 제공했다. 상무 1동은 원룸 6000세대 밀집지역으로 홀몸 및 저소득층 가구가 많다. 이처럼 천원국시 매장 두 곳은 설 연휴 사흘 동안 소외계층 305명에게 온기를 전했다. 또 끼니를 걱정하는 소외계층은 국수, 나눔 냉장고에 든 즉석 식품을 무료로 챙겨갈 수 있었다.
전국 무료급식소 대부분은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숙 광주 서구 저출산고령사회정책과장은 “천원국시 매장 두 곳의 근무자들이 설 연휴에 일하는 것을 동의해줘 운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천원국시는 2023년 3월 양동 1호점을 시작으로 풍암동, 화정 4동, 농성 1·2동 등 광주 서구에서 8곳이 운영되고 있다. 천원국시는 8개 매장에서 노인 176명이 일하는 등 일자리 창출 역할도 하고 있다. 천원국시는 평소에는 60세 이상 노인, 임산부, 7세 미만 아동 등은 1000원에, 일반 주민은 3000원에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은 “설 명절에 끼니를 고민하는 이웃들을 위해 온기를 나누는 무료 국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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