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근무환경과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개선이 동반돼야 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할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대형병원 성형외과에서 교육을 받은 벨기에 전문의 조스 벨만 씨(37)와 프랑스 전문의 바비에 진 세바스티안 씨(29), 태국 전공의 아마린 파마라파 씨(32)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에서도 이미 미용의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이들은 1~6개월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재건성형 기술을 배웠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의료 시스템 효율성이 세계에서 상위권이고 태국은 중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1~6개월 과정으로 재건성형을 교육 받은 외국인 의사들. 왼쪽부터 프랑스 출신 바비에 진 세바스티안 씨(29), 벨기에 출신 조스 벨만 씨(37), 태국 출신 아마린 파마라파 씨(32).
●‘미용의료 쏠림’의 본질은 ‘워라밸’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미용의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벨기에, 태국 등지에서도 피부과, 성형외과의 인기가 치솟고 응급의학과 등 소위 ‘필수과’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낮은 급여와 긴급 상황, 합병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교적 근무 환경이 좋은 과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벨만 씨는 “벨기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다른 전공과 전문의들도 미용 목적의 필러와 보톡스를 환자들에게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세바스티안 씨는 “2023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정원의 40%만 채워졌다”고 했다.
이들은 ‘미용의료 쏠림’의 본질이 ‘워라밸’이라고 강조했다. 세 나라 모두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법을 택했지만 쏠림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파마라파 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보다 편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이 늘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업무량과 급여가 균형을 이뤄 계속해서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며 문제의 근원으로 ‘불공정한 의료생태계’를 지목했다. 고위험·고난도 수술에 비해 실손보험·비급여, 미용의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비필수 분야로 인력이 흡입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보상체계 확립의 일환으로 미용의료 관리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추진하고 있다.
●“의료 효율성 높여야”
각국에서는 이러한 의사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의대 증원, 인턴십 제도 조정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했다. 벨만 씨는 “벨기에 대학병원에서는 진료과와 관계없이 동일한 급여 체계가 적용되기도 한다. 특정 분야 전문의들에게 과도하게 보상이 집중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주치의(GP) 수를 늘리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평상시 주치의는 환자가 감기, 만성질환 등 일반적인 경증·만성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가 전문의에게 방문하려면 기본적으로 주치의에게 먼저 방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치의는 전문의 진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는다. 세바스티안 씨는 “(대학병원) 전문의들에게 진료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전공의 수련도 개선해야”
전공의들의 과도한 노동시간도 세 나라의 공통분모다. 파나마라 씨는 “태국의 경우 주 80시간 이상 전공의들이 근무하며, 야간 당직 후 휴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벨만 씨는 “벨기에에서는 전공의의 법적 근무 시간이 48시간이지만 70시간에서 최대 100시간까지 근무한다”며 “전공의 1명의 임금이 간호사들의 임금보다 더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공의의 총 수련시간은 주 80시간 이내다. 의정갈등 이전 한 주 평균 근무 시간은 약 77시간에 이르렀으나 근무시간을 기록하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이 집계되지 않아 실제 근무 시간은 더 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전공의 연속근무시간을 24~30시간으로 단축했다.
이날 이들은 모두 각 나라에서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대학병원의 높은 레지던트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바스티안 씨는 “단순히 레지던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마련되는 등 병원 시스템 자체가 변화해야 지속 가능한 수련 체계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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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30 21:37:13
밸지움의 복지 제도로는 병원비는 전부 공짜. 세금 10 - 6. 70% 세금으로 국가를 운영 하는 나라. 아마도 한국에서 천만원 월급쟁이 한테 6백만원 7백만원 세금 부과 하면 어떤 일이 벌어 질까. 그래도 잘 돌아 가는 벨지움 국민들에게 박수를 보내야지.
2025-01-30 21:09:47
필수의료과 차관급 대우로 국가가 채용하고 병원 운영도 국가가 지원을 면책권도 주고 지방 먼저
2025-01-30 20:23:33
그동안 객관적으로 의료를 보려고 하는 줄 착각했음.. 윤석열 끌어내리려 작업하는 걸 이제서야 알겠네.. 종중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