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반입 보조배터리서 발화 유력… 정비불량 가능성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30일 19시 09분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 모두 전원 탈출했다. (사진=SNS 캡쳐) 2025.01.29 서울=뉴시스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꼬리 쪽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승객 소지품이 화재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배터리나 전자 담배 등 전자 기기가 폭발하면서 기체로 불이 옮겨붙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다만 관계 당국은 소지품 외에도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충격에 약한 리튬 배터리 화재 가능성

30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화재 최초 목격 승무원은 기내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화를 목격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발화 가능성이 있는 소지품으로 리튬 배터리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리튬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휴대용 보조 배터리를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PC, 전자담배 등에 활용된다. 충격을 받거나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폭발할 수 있다.

리튬 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 관련 세계 항공기 화재 사고(연기만 발생한 경우도 포함)는 2016년 32건에서 2024년 78건으로 148.8% 증가했다. 지난해 주당 평균 1.5회 리튬 전지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가 승객이 소지한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출발이 3시간 40분가량 지연됐다. 같은 해 7월과 4월에는 각각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에서 보조 배터리로 인한 화재(연기)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리튬 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리튬으로 된 보조 배터리는 위탁 수하물이 전면 금지된다. 대신 용량이 100Wh 이하면 1인당 5개, 100Wh 초과 160Wh 이하면 2개까지 기내 수하물로 휴대할 수 있다. 용량이 160Wh를 초과하면 기내 반입도 금지다.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전자기기는 기내 휴대와 위탁 수하물 모두 가능하지만, 용량이 160Wh를 넘으면 반입이 전면 금지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온 상승이나 과충전 등으로 부풀거나 내부 압력으로 화재가 종종 일어나는데 그런 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면 위험할 수 있다”며 “소지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을 추가로 제한하거나 생산 연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비 불량, 기체 결함 가능성도 거론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당시 기체 선반과 천장 사이에서 불길이 솟구치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 있지만, 정확한 발화 지점을 지목할 만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여객기의 무리한 운항 스케줄과 이로 인한 정비 소훌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총 17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대다수는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지 못해 항공기 정비 대부분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LCC의 해외 정비 비중은 2023년 기준 71.1%에 달한다. 정비가 필요한 항공기 10대 중 7대는 해외로 보내는 셈이다. LCC의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10.6명(2023년 기준)으로 대형 항공사(17.7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유럽 LCC와 달리 한국은 LCC 수는 많지만 기체 보유 대수는 적다”며 “보유 항공기가 적기 때문에 교육이나 안전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화재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 여객기에 실려 있는 항공유에 대한 안전 조치가 마무리되는대로 경찰, 소방 등과 합동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에어부산을 상대로 수하물 반입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기체 전력 설비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에어부산#여객기 화재#보조배터리#전자담배#발화#화재 원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