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2위’ 미국, 국제사회 기후 대응 노력에 찬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일 01시 40분


[토요기획] 극단적 현상 오가는 이상기후
트럼프 美 대통령, 취임 첫날 ‘파리협약’ 탈퇴 선언…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4% 차지
기후위기 대응하는 ‘파리협약’ 탈퇴… 전문가들 “국제협력에 심각한 분열”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웬 말?”

2018년 11월 미국 전역에 이례적인 한파가 불어닥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긴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지구온난화는 과학자들과 중국 제조업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기상이변 등을 부정해 왔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실내인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렸다. 원래 예정된 장소는 워싱턴 국회의사당 야외 무대였지만 트럼프는 취임식을 사흘 앞둔 17일 급하게 장소 변경을 공지했다. 이유는 무서운 강추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북극 한파가 미국을 휩쓸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취임 연설을 의사당 중앙홀에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열린 건 40년 만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영향을 준 한파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로 제트기류의 붕괴 양상이 불규칙해지면서, 이를 뚫고 새어 나온 북극 한파가 중위도 지역에 자주 불어닥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위기를 부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도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며 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반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파리협약 이전 교토의정서 체제도 2001년 미국의 탈퇴로 유명무실해졌다고 평가받는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 상승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앞서 미국은 2035년까지 2005년 배출량 기준 61∼66%를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할 의무도 없어진다.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의 노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며 “전례 없는 국제적 연대를 약화시켰고, 기후 행동의 중요성에 해로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 전문가인 프랑수아 제멘 파리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로 인한 부정적인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면 보편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에 심각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가뭄, 산불, 폭풍과 같은 기후 재앙은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파리협약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모든 국가의 건설적인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는 미국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AP가 미국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9∼13일 성인 11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리협약 탈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2%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에 반발해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미국의 UNFCCC 분담금을 대신 내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UNFCCC 사무국의 2024∼2025년 예산은 총 9650만 달러(약 1393억 원)로, 미국은 예산의 22%를 분담해 왔다.

#트럼프#지구온난화#기상이변#파리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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