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내 보조배터리 화재 5년간 13건… “승객이 직접 휴대하게 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2월 2일 08시 58분


“보조배터리 화재, 초기에 발견하면 물로도 끌 수 있어”
“에어부산 사고, 화재 발견 늦어지는 바람에 대처 못해”
“기내 화재 초기 대응 잘 이뤄지도록 대응 훈련 강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3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 등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하고 있다.     이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 선반에서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총 176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 2025.01.31 부산=뉴시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3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 등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하고 있다. 이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 선반에서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총 176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 2025.01.31 부산=뉴시스
지난달 28일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유력하게 지목되면서 보조배터리 휴대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승객이 보조배터리를 직접 휴대하도록 취급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기내 선반에 있던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 위험물로 분류돼있는 보조배터리는 승객들이 수하물로 부치지 않고 기내에 직접 갖고 타야 한다. 보조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격을 가하거나 열을 받으면 폭발 위험이 있고, 배터리에서 불이 나더라도 기내라면 빨리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화재 진압 가능성을 고려해 에어부산을 비롯한 대부분 항공사들이 휴대 가능한 보조배터리의 리튬 함량과 배터리 용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휴대용 보조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압과 용량이 낮아 화재 초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일반 소화기나 물로도 진압이 가능하다.

여객기 내에는 통상 물 소화기와 액상으로 분사되는 하론 소화기가 비치돼있다. 두 소화기 모두 마그네슘, 리튬 같은 금속에 의해 발생하는 D급 화재(금속 화재)용은 아니나 보조배터리에서 난 불은 이들 소화기는 물론, 물로도 끌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이스타항공 여객기에서도 승객이 소지한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지만, 승무원이 물을 부어 화재를 진압했었다.

이 같은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는 초기에 발견해서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보조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가 다른 가연물에 옮겨 붙어 큰 불로 번질 때다. 이 경우 기내에 비치된 소화기로 불을 진화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보조배터리가 오버헤드 빈(짐칸)에 보관돼있어 화재 발견이 늦어졌고, 객실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기도 전에 불길이 빠르게 확대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의 경우 오버헤드 빈 안쪽에서 화재가 나 바깥으로 불꽃이 튀어나왔는데, 그 정도면 상당 부분 화재가 진행된 상태”라며 “화재가 눈에 보이는 곳에서 발생했으면 훨씬 빨리 조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짐칸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배터리를 가방에 넣어 오버헤드 빈에 보관하기보다, 휴대하는 가방이나 주머니에 직접 가지고 있으면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부터 미리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를 짐칸에 두지 않고 승객이 직접 휴대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도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관련 소화 장비를 보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여객기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만 13건에 달한다.

황호원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새로운 화재 원인에 따른 장비가 추가적으로 구비돼야 한다”며 “기내에 소화기뿐 아니라 (불이 난 배터리를 냉각시킬 수 있는) 침수용 수조 등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일부 항공사에서는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열폭주를 식히는 용도로 침수용 장비들을 구비해두기도 한다”며 “이런 장비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내 화재 대응 훈련을 강화해 초기 대응이 잘 이뤄지도록 것도 중요하다.

항공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90초’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빨리 대처하는 게 중요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일부 승객들이 짐을 챙겨 나오고 승무원의 지시 없이 승객들이 직접 비상구를 여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과 교수는 “이번 화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기내에서 불이 날 때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대처들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화재가 발생하면 기장이 비행기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기장의 지시에 따라 객실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주도적으로 관리해 2~3분 이내에는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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