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명 사직 산부인과 레지던트, “올해 상반기 복귀” 1명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3일 03시 00분


사직 레지던트 상반기 모집 결과… 지원자 199명중 산부인과 단 1명
산모 수 감소-사법리스크 등 영향… 응급의학과 13명 지원과도 대조
산부인과 전문의 33% 60세 넘어

“우리 병원에서 지난해 사직한 1∼4년 차 레지던트가 9명인데, 2명은 복귀할 생각을 버리고 해외 의사시험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의정 갈등 사태가 해결돼도 국내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올해 제자들의 복귀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전문의 취득이 얼마 남지 않은 4년 차 레지던트들은 복귀할 뜻이 있어 보이지만 이번 모집에는 지원을 안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산부인과 전공의 복귀 1명뿐

사직한 산부인과 레지던트 중 올해 상반기(1∼6월) 수련병원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단 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피과로 꼽히는 필수과 중에서도 산부인과 전공의의 복귀율이 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産科)의 ‘신규 의사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5년 상반기 사직 레지던트(1∼4년 차) 모집 현황에 따르면 지원자 총 199명 중 산부인과 전공의는 1명에 그쳤다. 해당 지원자는 전문의 취득을 1년 앞둔 4년 차 레지던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임용 대상인 산부인과 레지던트 474명 중 수련병원에 남은 전공의는 38명에 불과하다. 사직한 레지던트 436명 중 1명만 올해 복귀를 선택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진행된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도 산부인과는 단 1명만 지원해 합격했다. 당시 총 지원자는 314명, 합격자는 181명이었다.

다른 필수과에 비해서도 산부인과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특히 낮다. 상반기 사직 레지던트 모집에서 산부인과처럼 지원자가 줄곧 미달이었던 심장혈관흉부외과는 5명, 소아청소년과는 9명의 사직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응급의학과도 13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가 가장 많은 전공과는 내과(24명)였고 정형외과 22명, 신경외과 14명 순이었다.

산부인과 전공의 복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현장에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의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특히 산과는 언제 분만이나 응급환자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배상 부담이 커지면서 기피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 산부인과 전문의 33%가 60대 이상

저출산으로 인한 임신부 수 감소와 사법 리스크에 의정 갈등까지 겹치면서 분만 의사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산부인과 수련병원 69곳의 산과 전임교수는 129명이었다. 69곳 중 17곳(25%)은 산과 담당 교수가 1명, 26곳(38%)은 2명에 불과했다. 수련병원 3곳 중 2곳에선 산과 교수 1, 2명이 고위험 임산부 진료 및 분만부터 전공의 교육까지 담당하는 셈이다. 이런 병원에선 당직을 설 의사가 부족해 24시간 응급 분만 수술 등이 불가능하다.

산부인과는 전문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6082명의 평균 연령은 54.4세로 나타났다. 전문의 중 60세 이상 비율은 33%(2009명)에 달했다. 30대 이하는 11.6%(708명)에 그쳤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의원을 물려받을 전공의 외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전문의 고령화#사직 레지던트#전공의 복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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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2-03 07:02:57

    윤석열과 보건 복지부 장차관이 대한민국의 문제다. 아무리 의대정원 늘려봐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기피과목은 지원 안한다. 정부의 간섭질과 의사들을 잡아 가두는 판사들 때문이다. 자기들이 수술문제에 직면해야 의사들의 고충을 실감할 것이다.

  • 2025-02-03 04:08:16

    정승 판서도 본인이 하기 싫으면 못하는 기라... 의대정원 더 늘려서 채우면 될 듯.

  • 2025-02-03 09:38:33

    이념이 참 무썹다. 윤통이나 복지부, 교육부 장차관들 등 정책실패 주역들은 본인들과 직접 상관없으니 국민이야 어찌되든 모르쇠로 일관, 밀어부치기만 한다. 국민이야 고통받든말든 안중에 없고. 실패정책 인정은 자존심 문제로 보는것 같다. 어디까지 망가뜨려야 정신을 차릴까, 아마도 처단의 대상은 저런 이상한 사고에 빠진 것들 아닐까. 쪼금만 기다려라, 이것들아. 느그들은 대대손손 처단의 대상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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