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디시인사이드에 헌재 평면도까지
“야구방망이-헬멧 등 준비하자”
“인권위, 도서관 통해 잠입” 글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촉구 안건을 심의할 예정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난입하자는 내용의 선동 글이 온라인에 잇달아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에 헌재를 겨냥한 폭력 행위를 사전 모의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받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정갤에는 “13일 헌재 앞에 모이자”, “헌재 주변을 탐색하고 왔다” 등의 글과 함께 헌재 안팎 곳곳의 사진들도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헌재 지하 1층부터 5층까지의 내부 구조가 담긴 평면도를 올려놨다.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헬멧 등 장비를 준비한다”는 글도 있었다. “척살하는 날” “물리적인 학살뿐” 등의 표현도 있었다. 작성자들은 13일을 ‘퍼지데이’라고 지칭했다. ‘퍼지(purge)’는 제거, 숙청이라는 의미다. 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더 퍼지(The Purge)’는 살인, 폭력 등 범법 행위가 허용되는 가상의 국가공휴일을 다뤘다. 앞서 서부지법 난입 사태 때도 미정갤에 법원의 담벼락 높이와 진입 경로 등에 대한 분석 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의 차종 및 번호를 공유하는 글 등이 올라왔다.
미정갤 등에는 서울 중구 인권위에 난입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인권위는 10일 전원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9일 미정갤에는 “10일 인권위 앞에서 모이자”, “건물 11층에 있는 인권위 도서관을 통해 내부에 잠입하면 된다” 등의 글이 올라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앞서 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총 7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 중 절반 이상(55.2%)인 42명은 직업을 ‘무직’ 또는 ‘자영업자’로 진술했다. 20, 30대가 34명(44.7%)이고, 10대도 2명 있었다.
정치권은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나영 부대변인은 “‘제2차 헌법재판소 폭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은 헌정질서와 법치를 짓밟고 무법천지를 만들려는 폭동을 막기 위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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