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같은 학교 학생들이 A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2.11/뉴스1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8) 양이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돌봄교실과 학교가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가장 안전한 학교에 학부모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늘봄학교’ 혹은 ‘돌봄교실’을 확대했다. 올해부터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학교 1학년 대상에서 2학년까지 확대했지만, 하굣길 보호자 인계 조치 등의 ‘학생 안전 보장’ 조치는 다소 미흡한 사항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전국적으로 확대된 늘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 계획에 맞춰 학생 안전 조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해 학생인 김하늘 양은 사건 당일 2층 돌봄 교실에 있다가 미술 학원 차량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1층으로 나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일각에서는 왜 학생이 선생님 돌봄 없이 혼자 하굣길에 나섰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학생이 다닌 학교는 다른 여러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오후 5시 이전 개별 자유 귀가 시 부모의 자율 귀가 동의서에 근거에 귀가 지도하고, 이동 중 발생하는 모든 일은 보호자가 책임을 진다’을 규정을 갖고 있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늘봄 혹은 돌봄교실을 나서는 학생은 보호자 동행 귀가가 원칙이나 보호자가 동행할 수 없을 경우 보호자가 지정한 대리자(성인)와 동행 귀가한다. 대다수 학교가 오후 5시 이후 저녁 늦은 시간에는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하고 자율 귀가를 금지하지만 남아 있는 학생이 많고 저마다 귀가 시간이 다른 낮 시간대에는 학부모에게 미리 받은 자율 귀가 동의서에 근거해 귀가시킨다. 동의서에는 학생이 무슨 요일에는 몇 시에 귀가하고 조부모 또는 학원 차량(셔틀) 지도 선생님이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귀가 안전 동행인의 전화번호를 남긴다.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학생이 귀가할 때 일일이 손에서 손으로 넘겨주지 않는다. 돌봄교실 담당 교사가 학생에게 나가야 하는 시간을 알려 주기는 해도 직접 데리고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실에 남아 있는 다른 학생도 있는데 교실을 비우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문제고, 학교는 돌봄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생각 때문에서다.
물론 학교마다 사정이 달라 학원 셔틀이 직접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부모가 1층 현관 앞까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의 출결과 나가는 시간대를 돌봄교실 교사가 기록하긴 해도 인계를 누구에게 했는지까지는 현실적으로 기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도 학생이 가해 교사에게 끌려가는 것을 아무도 몰랐던 데다 발견도 부모의 신고가 있고 나서 한참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태다. 교육계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늘봄 혹은 돌봄교실을 확대하려면 학생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인력 상황 때문에 학생을 일일이 인계하는 게 어렵다면 일부 학교에서 활용하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교문에 중계기를 설치해 학생이 교문에 들어서거나 나갈 때 부모에게 문자메시지가 가도록 한다. 서비스 신청 여부는 대부분 유상이지만 일부 교육청에서는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교사가 정신병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신 문제를 앓고 있는 교사를 정기적인 검사 등을 통해 걸러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전교육청을 비롯해 일부 교육청에서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을 갖고 민원이나 감사 결과 등으로 정신질환 등이 문제가 되는 교사에 대해서는 교육감 직권으로 휴직이나 면직을 시킬 수 있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는게 학교 현장의 분위기다. 대전시교육청은 2021년 이후 관련 위원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우울증으로 휴직을 신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위원회를 개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서도 한 교장이 문제가 있는 교사에 대해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했는데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가 휴직 뒤 복직할 때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교장이 판단했을 때 문제가 있는 경우 병원이나 가족 등에게 알아봐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 한 교장은 “교사 스스로 복직을 원하지 않는데 가정 경제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진단서를 써오는 경우도 있다”며 “정상적인 근무가 안 될 것 같아도 요즘은 인권, 갑질 지적이 심해서 복직을 막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 이슈가 커지면서 정부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교사에 대한 상담 등 지원 대책을 많이 마련했는데 이 역시 해당 교사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지원을 요청해야지 타인이 강요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우울증이라는 건 주관적이라 진단하는 전문가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고 개인적인 정보인데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하는 등의 방법은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배우고 생활할 수 있도록 조속히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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