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일자리가 6년 만에 최소 폭으로 늘어났고, 전체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규모도 5년 만에 반토막이 나서 2만 명을 밑돌았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에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중견기업·국가/공기업/공공기관 취업률이 58.6%에 달하는 대학이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인 34.7%에 대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 대학은 충남에 소재한 고용노동부 출연 전국 거점 국책대학인 한국기술교육대학(KOREATECH)이다.
이 대학은 알리미 공시 기준 2023년 졸업생 취업률 80.1%로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졸업생 500명 이상 4년제 대학 기준 3위의 성적이다. 4년제 일반대학의 취업률 평균인 64.6%보다 15.5% 높은 수치다. 유지취업률은 88.4%로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78.9% 대비 9.5%가 높다. 한국기술교육대 졸업생들은 안전된 직장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과)별로는 메카트로닉스공학부가 84.4%로 가장 높고, 디자인건축공학부(81.9%),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81.7%), 전기·전자·통신공학부(80.3%), 기계공학부(79.2%), 산업경영학부(76.9%), 컴퓨터공학부(73.0%)가 뒤를 이었다. 계약학과인 일학습병행대학도 83.3%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초임 급여에서는 전체 취업자의 53.1%가 300만 원 이상의 월 급여를 받아 전체 대학 평균인 38.3%에 비해 14.8%P 높게 나타났다.
● 기업 “프로젝트 중심 실무형 인재로 회사 원동력”
한국기술교육대 출신 인력에 대해 기업들은 ‘수도권 출신 인재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평한다. 충남 천안에 소재한 반도체 소재 중견기업 엠이엠씨코리아 HR 임원은 “한국기술교육대 출신 재직자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 인재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고, 특히 프로젝트 중심 실무형 인재라는 특징이 있다”면서 “특히 인력의 장기 정착의 어려움을 겪는 지방소재 중견기업에서 회사 발전의 큰 장점”이라고 평했다.
● 국립대 수준 등록금 15년째 동결, 장학금은 등록금 대비 80.7%
한국기술교육대의 학생 복지 수준은 국립대보다 실질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유명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358만 원으로 전국 대학 평균 1708만 원보다 2배 이상 높다. 등록금은 인문계열은 학기당 166만 원, 공학계열은 238만 원에 불과하다. 등록금은 15년째 동결했다.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학금 혜택은 국내 탑 수준이다. 70여 개 종류의 풍부한 장학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은 무려 80.7%다. 방학을 제외한 학기 중에는 전교생이 ‘천원의 아침식사’를 제공받는다.
유길상 총장은 “한국기술교육대가 매년 최상위권 취업률을 수성하는 원동력은 이론과 실험·실습의 5:5 커리큘럼, 실무경력 3년 이상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 채용, 졸업연구작품 제작 의무화 등 차별화된 공학교육모델을 통해 전공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취업률은 비단 이번만 높은 게 아니다.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순위가 5위일 정도로 전국 최상위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특히, 장기현장실습(IPP,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참여자 취업률은 84.2%로 미참여자 76.7%보다 7.5% 더 높게 나타났다. IPP가 학생의 취업역량을 향상하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기업 연계형 IPP는 2012년 한국기술교육대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운영 중인 한국형 코업(Co-op. 산학협동교육) ‘실무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 “IPP 연간 450여명, 기업은 인재 확보 만족”
IPP는 3∼4학년 학생들이 대학과 협약을 맺은 국내외 대기업, 중견기업과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에서 4∼6개월간 현장실무를 익히며 전공 능력을 강화하는 제도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도 이수하고, 기업으로부터 실습지원비(보수)도 받음에 따라 ‘전공실무능력+학점+경제적 혜택’ 등 ‘1석 3조’를 누린다.
장기현장실습 참여 학생 비율은 국내 대학 중 가장 높다. 2024년에는 1+2학기를 합쳐 한해 졸업생의 절반 수준인 451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전국 33개 대학이 IPP 제도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IPP는 대한민국에서 대학생 장기현장실습제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알라바마주에 있는 현대-기아차 등의 자동차부품 협력사인 세진아메리카에서 2024년 상반기에 6개월간 IPP를 수행하고, 이후 인턴으로 근무중인 전기공학 전공 박희재씨(18학번). 월 540만원의 급여를 받고 실습을 참여한 그는 “미국에서의 실습을 통해 공학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다양한 문화와 업무 방식을 접하며 국제적 감각을 기를 수 있었다”면서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전문성 향상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글로벌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IPP에 참여해 온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실습을 마치고 채용이 되는 채용 연계형 IPP로 여러 학생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봤다. 충분한 실습 기간을 통해 학생을 관찰, 평가해서 선발해보니 사전에 인력을 검증해서 좋고, 채용에 드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합격한 메카트로닉스공학부 졸업생 염 모 씨는 “면접 과정에서 IPP경험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장비 생산 현장의 프로세스를 충분히 경험해 봤다. 그래서 배우고 느낀 바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고,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의 저력은 대외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년 연속 ‘교육중심 우수대학’ 1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모든 유수 대학을 제치고 ‘학생교육 우수대학’에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는 ‘교육·혁신대학평가’ 부문에서 성균관대, 한양대,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평가의 세부 지표에서 한국기술교육대는 등록금 대비 교육비·기숙사 수용률·창업교육비율·현장실습 참여학생비율 1위, 등록금 대비 장학금·외부경력 교원비율 2위, 순수취업률 4위 등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 개교 34년을 맞는 한국기술교육대는 높은 취업률 명성에 맞게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 벤처기업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인재로 활약하는 동문이 많다. 이들은 “학생들은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공부하고 실험 및 연구시설이 우수하여 사회에 나와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인정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 UNIST 교수 등 동문 ‘Input 대비, Output 우수 대학’
미국에 있는 세계적인 IT기업 ‘Meta Reality Lab’에서 근무하는 지상우 동문(메카트로닉스공학부, 96학번). 그는 재학 중 캘리포티아주립대 교환학생을 했던 경험과 더불어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18년간 근무하며 75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발명한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인물이다.
지 씨는 “한국기술교육대는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와 산업계의 연계 프로젝트나 현장 실무를 반영한 학과 과정이 취업에 큰 도움을 주는 만큼 우수한 전문가로 성장하는데는 최고의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오현철 동문(신소재공학과, 99학번)은 재학 중 충청남도 도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독일에서 석사학위에 이어 세계 최다 노벨상 배출 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기술교육대는 전국 어느 연구 중심 대학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험실과 연구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습득할 수 있다”면서 ”더불어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인턴십 기회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어 Input 대비 Output이 우수한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반 뇌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뉴로핏 공동대표 빈준길 동문(컴퓨터공학부, 07학번)은 “재학시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IPP를 할 때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다. 전공을 살려 딥테크(Deep Technology, 첨단 과학 혹은 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고 창업 열정의 단초가 됐다”고 회고했다.
국립한밭대 기계공학부 교수인 정길언 동문(메카트로닉스공학부, 09학번)은 재학시절 자작 자동차 동아리 ‘스타덤’ 활동으로 대학생 창작 전기자동차 경진대회에 나가 1위를 거머쥔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자동차를 만들면서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경험은 연구자로서, 공학도로서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는 정 씨는 “한국기술교육대 졸업생은 사회에서 ‘일을 잘한다’는 평을 자주 듣는데 어떻게 교육을 받기에 대기업 취업도 잘되고, 취업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한다. 실무중심의 교육이 한국기술교육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재학 중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에서 5급 기술직(전기)에 합격하고 올해 졸업한 전기·전자통신·공학부 출신 김민재 (25)씨는 “교내에 마련된 공무원 및 전문직 시험 학습공간인 ‘담헌재’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점과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전공 수업 등이 합격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세계적 에듀테크 기반 학습공간 ‘다담미래학습관’
다담미래학습관 전경. 한국기술교육대 제공한국기술교육대가 운영 중인 ‘다담미래학습관’ 은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에듀테크 기반 미래 첨단기술 학습공간’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다담미래학습관에는 인공지능,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미래형 모빌리티, 지능형 로봇, 2차 전지, 수소연료전지 등 10개가 넘는 Lab이 가동 중이다.
첨단기술과 에듀테크를 활용한 신교수법이 결합된 이곳에서 모든 학부생들은 미래 신기술 분야에 대한 융합적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다진다. 유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혁신과 더불어 졸업생과 재학생간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취업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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