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글로벌 리스크 중 하나로 ‘이상기후’가 선정됐다. 2022년부터 매년 상위 5위 안에 선정돼 왔다. 심지어 이상기후로 인한 리스크는 향후 10년 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우리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연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되는 비가 내렸다. 9월에는 전례 없는 집중호우가 발생해 전남 강진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등 많은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2022∼2023년 영산강·섬진강 유역에서는 가뭄이 역대 가장 긴 281.3일로 주암댐 최저 저수율이 20.3%를 기록했다. 다행히 부처 간 협업으로 물 공급 체계 조정 등 통합 물 관리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하지만 자칫하면 유역 주민들의 생활용수 공급이 끊기고 여수국가산업단지 가동이 중단될 초유의 위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정부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국가 경제를 견인할 전략산업단지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물 관리 해법이 담겨 있다. 물 관리 대책 중 눈여겨볼 게 ‘기후대응댐’이다. 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필수 기반 시설이다. 댐 건설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다. 물 문제 해결에 댐이 꼭 필요하다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물 공급을 위한 댐은 이미 충분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소양강댐과 충주댐 등 주요 댐의 여유량은 얼마 남지 않았다.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수원(水源)인 주암댐의 가용 물량은 이미 소진됐다. 2030년 기준 영산강·섬진강 권역은 광주시 전체 사용량과 비슷한 연간 1억2000만 t이 부족한 것으로 예측된다. 하수 재이용이나 해수 담수화 같은 방안을 최대한 활용해도 여전히 14% 정도 부족하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하다.
‘댐 해체’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비판도 있다. 용도 수명을 다한 댐을 해체하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 할 순 없다. 미국도 2010년대 이후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해 29개의 신규 댐을 건설했다. 일본도 최근 홍수 피해를 겪은 뒤 댐 건설을 재개했다.
물론 댐이 필요하다고 지역의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 수몰 주민을 포함한 지역의 공감대 형성은 필수이다. 댐 건설 후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김천부항댐은 2018년 설치된 짚라인 등으로 관광 명소가 됐다. 2021년부터 운영 중인 합천댐 수상 태양광에서 생산된 전력 수익은 주민에게 배분돼 소득을 증대하는 수단이 됐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 물의 날 주제는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수자원 확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수자원 확보는 국가적 과제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국가와 지역을 위한 물 관리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