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떠오른 신인스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로는 쓸쓸하게 스러져가는 큰 별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올해도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영욕의 길을 걸었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별」이 있는 법. 종목별로 이들의 발자취를 정리해본다.>
「張桓壽기자」 결승선을 불과 30m 남겨둔 지점. 한 선수가 무서운 속도로 막판 스퍼트를 시작했다.
데니스 미첼(미국)이 먼저 따라잡히는가 싶더니 프랭키 프레데릭스(나미비아)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제서야 관중들의 환호와 탄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도노번 베일리(29)는 스타트가 한 걸음 이상 늦었지만 쟁쟁한 별들을 모두 따돌리고 지난 7월28일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1백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광판에 나타난 기록은 9초84. 지난 94년7월 스위스 로잔그랑프리대회에서 르로이 버렐(미국)이 세운 기록을 0.01초 앞당긴 세계신기록이 작성된 것이다. 92바르셀로나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에 머문 프레데릭스와의 차이는 무려 0.05초.
세계 육상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회전까지만 해도 최고기록이 9초91에 불과했던 베일리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스프린터로 발돋움한 것이었다.
88서울올림픽에서 벤 존슨의 약물파동 이후 잔뜩 움츠러들었던 캐나다 또한 명예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올려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음은 물론이다.
베일리의 강점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력.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탄력과 순간 최고속도가 초속 12.4m(시속 44.64㎞)에 이르는 가속력을 자랑한다.
베일리는 애틀랜타올림픽 2백m, 4백m 동시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숏다리」 마이클 존슨(미국)과 내년 5월 명실상부한 최고의 「인간탄환」 자존심을 건 1백50m 라이벌전을 벌일 계획이다.
애틀랜타올림픽 1백m에서 베일리가 무명 반란에 성공하는 동안 그의 역주를 옆에서 지켜본 「할아버지 스프린터」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었다.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37).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대회 2연패의 부푼 가슴을 안고 애틀랜타행 비행기를 탔지만 결승에서 두번의 부정출발로 아예 실격당하고 말았던 것.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목표로 절치부심하기엔 이제 그의 나이가 너무 많다.
육상강국 미국의 갑작스런 퇴조도 올해 육상계의 큰 특징으로 꼽힌다. 칼 루이스와 버렐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한 미국은 1백m는 물론 4백m 계주에서도 캐나다에 우승의 영광을 넘겨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