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스포츠명암/복싱]WBA헤비급 홀리필드 對 타이슨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5분


「李 勳기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늘한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마비시켰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미국)이 링바닥에 나뒹굴었던 지난달 10일. 세계 복싱계가 충격속에 전율했다. 34세의 노장복서 에반더 홀리필드(34). 84년 데뷔후 33승(24KO)3패. 지난 94년 마이클 무어러에게 진 뒤 좌심실 이상으로 링을 떠났던 「한물간」 복서. 그는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 호텔 특설링에서 벌어진 WBA헤비급 타이틀전에서 타이슨을 11회 KO로 꺾으며 세계복싱 사상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10회전. 이미 왼쪽 눈가가 찢어져 피범벅이 된 타이슨의 얼굴에 홀리필드의 강력한 콤비 블로가 내리 꽂혔다. 짧은 오른손 훅에 이어 8개의 소나기 펀치가 쏟아진것. 그로기 상태. 넋이 빠진 타이슨을 종소리가 구해냈다. 11회 37초. 홀리필드는 다시 좌우 연타에 이어 오른손 결정타를 날렸다. 순간 주심은 휘청거리는 타이슨을보호하기위해경기를중단했다. 뛰어난 「두뇌 복서」인 그는 이날을 위해 16주동안 매일 여섯시간씩 땀을 흘렸다. 타이슨과 스타일이 흡사한 스파링 파트너를 고용, 상대를 철저히 분석했다. 거리를 주지않는 교묘한 클린치, 짧은 연타가 바로 이 분석의 산물이다. ▼ 타이슨 『남은 희망은 재대결뿐』 타이슨에게 96년은 「치욕의 해」이다. 지난 85년 데뷔후 45승(39KO)1패의 신화적인 전적을 쌓았던 그가 생애 처음 무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홀리필드에게 당한 KO패는 지난 90년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당한 것과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 방탕한 생활로 복서의 몸이 아니었던 그때와는 달리 이날 패배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 타이슨에게 남은 희망은 홀리필드와의 재대결. 출소후 무려 1억5백만달러(약 8백70억원)를 벌어들인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는 명예 회복. 하지만 급할 것 없는 홀리필드가 또다시 「모험」을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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