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학으로 되돌아간다(?).
얼핏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요즘 각 구단에는 뒤늦게 대학문을 밟으려는 고졸선수들이 7일 수능성적표를 받아들고 어느 대학에 원서를 낼 것인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지난달 13일 실시된 수능시험에 응시한 각 구단 1군 선수는 모두 10명.
재수생인 「새끼사자」 이승엽(20·삼성)을 필두로 올시즌 신인 최다승(9승)을 올린 해태 투수 김상진(19)과 임창용(20). 여기에 OB 외야수 정수근(19)과 투수 박명환(19) 최용호(20) 여준홍(20) 한명윤(19) 내야수 한상언(19)에다 현대 투수 김억만(20)까지다.
야구만으로도 눈코 뜰새없이 바쁜 이들이 그 어렵다는 수능 시험을 치른 것은 고졸자가 느끼는 학력 콤플렉스도 상아탑에 대한 동경심 때문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군대 문제 때문.
한창 펄펄 날고 있는 이들에게 입대는 바로 「사형 선고」. 특히 현역 입대는 기간이 짧은 공익근무요원과는 달리 선수생활의 종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프로야구 선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달리 상무 입대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꼬박 2년이 넘는 세월을 야구와는 아예 담을 쌓고 지내야 하는 것이 현실.
따라서 이들은 진학을 통해 단 몇년간이나마 입대를 연기하거나 부상이 심할 때 신체검사를 받고 현역 입대를 피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 합격이 말처럼 쉬운가. 올해부터 4백점 만점으로 바뀐 수능 시험에서 지방 4년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최소 1백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지적. 지방 전문대 역시 1백50점이 마지노선.
그러나 시즌 내내 땀에 젖은 유니폼과 방망이를 짊어지고 「장돌뱅이」 생활을 해온 이들이 제대로 시험 준비를 해왔을리 만무. 때문에 이들 「수험생」들의 요즘 심정은 겨울바람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