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초점]현대-삼성 『힘겨루기』

  • 입력 1996년 12월 19일 20시 43분


「權純一기자」 체육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현대와 삼성 두 재벌기업간의 「세불리기」가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들어 삼성이 몇몇 경기단체의 협회장을 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제까지 가장 많은 경기단체를 거느려왔던 현대와 한판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 현재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가맹경기단체는 모두 46개. 이중 현대는 축구 야구 양궁 역도 수영 수상스키 등 6개 단체의 회장을 계열사가 맡고 있어 국내 최대의 스포츠메이저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삼성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승마와 레슬링 두 종목만 맡고 있던 삼성이 올들어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지원아래 굵직한 경기단체 회장직을 향해 대시하고 있는 것. 삼성은 지난 3월 태권도협회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육상 배드민턴의 회장직을 맡게 됐고 탁구와 핸드볼 등 2개 단체도 그룹산하 계열사에서 맡기 위해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들 2개 단체를 맡을 경우 그룹산하 경기단체는 7개가 돼 선발주자인 현대그룹을 앞서게된다. 레슬링의 경우 지난 9월 협회 내분과 관련, 이건희회장이 물러나고 협회 천신일이사(세중사장)가 회장직을 맡고 있으나 삼성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삼성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셈. 사정이 이렇게 되자 현대도 가만히 있지 않을 움직임이다. 현대는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김찬두 탁구협회 회장직만은 삼성에 양보할 수 없다며 전력을 투구, 삼성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 이처럼 두 재벌기업이 경기단체장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이유는 보다 많은 경기단체를 장악함으로써 그룹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체육계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속셈. 체육계 소식통들은 『양대 재벌이 벌이고 있는 세싸움의 배경에는 내년 2월 실시되는 제3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많은 대의원(경기단체 회장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측에서 내년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후보를 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김운용 현 대한체육회장을 지원하는 삼성이 현대에 맞서 세확장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애틀랜타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 된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은 당시 IOC부위원장이었던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지원을 받아 피선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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