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誠夏 기자」 현재와 같은 스노보드가 설원에서 탄생한 것은 80년대 중반 미국에서다. 그후 스노보드는 불과 12, 13년만에 전세계의 설원을 지배하는 새로운 문화로 부상했다. 제작 기술과 라이딩 테크닉의 발전과 함께 스노보드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상승세다. 그러나 그바람에 스키산업은 퇴조했고 세계 스키시장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장비 제조업체들은 뒤늦게 스노보드 제작에 뛰어 들어 미국을 따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키가 유럽산이라면 스노보드는 철저한 미국산이다. 두발을 판에 대고 타는 스케이트보드, 서핑보드와는 같은 계열. 서핑보드를 눈에서 탄다는 「스노서핑」 개념에서 출발했다가 후에 나온 스케이트보드의 기술이 결합돼 새롭게 탄생했다.
그 원형은 60년대중반 미국의 서먼 포핀이 개발한 「스너퍼」(Snow+Surfer). 스키 두짝을 나사못으로 연결한뒤 끈을 매달아 붙잡고 타는 형태였다. 그후 68년 제이크 버튼 카펜터가 스너퍼에 발고리를 부착한 개량형을 개발했다. 현재 스노보드 브랜드중 최고가 된 버튼은 그가 창립한 회사다. 이어 스케이트보드 세계챔피언을 지냈던 톰 심스는 스너퍼에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접목시켰다.
미국에서도 초창기 스노보드는 스키장측으로부터 거부 당했다. 안전성을 우려한 당국과 보험회사들의 압력 때문에 라이더들은 리프트를 탈 수 없었다. 스노보드의 상징처럼 된 「하이킹」(눈 쌓인 산을 걸어 올라가 보드를 타고 내려 오는 것)은 여기서 시작됐다. 하이킹 덕분에 스노보드 라이더들은 강한 일체감을 갖게 됐고 이것이 패션이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스노보드 문화를 창조하는 거름이 됐다. 이런 하이킹을 잘못 이해한 라이더들 때문에 한국에서는 모든 라이더들이 스키장측으로부터 「공짜손님」 취급을 당하며 거부 당하는 수모도 겪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카빙스키」의 탄생도 그 뿌리에는 스노보드가 있다는 것. 스키와 스노보드의 정반대 체제는 양자를 혼합한 카빙스키를 탄생시켰고 그것은 스키를 스노보드처럼 탄다는 새로운 개념을 산출했다.
그리고 스노보드를 타고 싶지만 스키를 버릴수 없었던 많은 스키어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과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