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純一기자」 『국내코트가 용병에게 완전히 점령당하는 게 아니냐』
프로농구 출범을 앞두고 우려했던 「용병들의 잔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호주에서 전지훈련중인 나래 블루버드팀과 현지팀들간의 세차례 연습경기에서 용병 두명이 팀 총득점의 55%에 해당하는 1백83득점을 합작해내 국내선수들을 「들러리」로 만들어버린 것.
나래팀이 가진 연습경기는 미국용병들이 국내선수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어 본 실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프로농구의 판도를 예측할 수 있는 시험무대.
나래팀은 지난 9일 호주 프로팀 뉴캐슬 팰콘즈와의 경기에서도 1백22대 1백15로 이겼으나 용병인 칼 레이 해리스와 제이슨 윌리포드가 각각 47득점과 35득점을 올려 용병들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국내파에선 지난 94년 농구대잔치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정인교가 겨우 12점을 넣어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해리스와 윌리포드는 청소년(22세이하)주대표팀과의 2,3차전에서 4쿼터중 3쿼터만 뛰고도 각각 평균 20점이 넘는 득점력을 보이며 승리를 주도했다.
이같은 결과는 『용병을 두명씩이나 스타팅멤버로 출전시킬 경우 국내선수들의 설 땅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당초의 우려를 넘어서는 충격.
대학농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용병수입으로 인해 초중고 선수들중에 센터 기피현상이 심각해지는 등 벌써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갈수록 국내선수들의 위축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 아시아정상을 빼앗긴데다 대만과 일본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남자농구대표팀에는 용병들로 인한 여파가 클 전망.
60,70년대 아시아농구 정상권에 있던 필리핀이 외국용병들에 의존하다 결국 농구 후진국으로 밀려난게 좋은 예.
프로농구 출범을 준비해온 한국농구연맹(KBL)은 국내유망주 보호를 위해 팀당 두명씩의 용병을 두되 경기에는 한명만 출전시킬 계획이었으나 흥행을 염두에 둔 각 팀의 요구에 따라 두명이 다 뛸 수 있도록 규칙을 변경했었다.